3월'꽃샘추위', 심할땐 영하 14도까지 내려갔었다고요?

대구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21일 오전, 달성군 가창댐 진입로가 폭설로 인해 통제됐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꽃피는 봄날을 시샘한다 하여 이름 붙은 '꽃샘추위'가 전국을 할퀴면서 특히 강원 산간지역과 충청남도 일부 지역에는 대설특보가 내려지는 등 눈폭탄까지 쏟아내고 있다. 이미 많은 양의 눈이 내린 대구, 대전 등지에서는 폭설로 일부 구간에 차량통제가 내려지는 등 날씨가 거꾸로 겨울로 돌아간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서울지역의 아침기온은 영상 1도, 낮기온도 영상 4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전국 대부분의 아침기온은 대구 0도, 광주 1도 등 대부분 0~1도를 기록했다. 낮기온도 평년보다 10도 정도 낮아 체감온도는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산간 지역과 충청 이남 일대에는 대설특보가 내려졌으며, 강원 산간 및 경상북도 북부 일대에는 최대 20cm, 강원 동해안과 전북, 영남, 제주 일대는 최대 10cm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계절을 봄에서 겨울로 돌려놓은 듯한 '꽃샘추위'는 동북아시아에서 초봄인 3월에 발생하는 특이한 기후다. 기온 상승에 따라 북으로 밀려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일시적인 기단 불안정으로 대거 남하할 때가 있는데, 이때 꽃샘추위가 발생한다. 우리 속담에 '꽃샘추위는 꿔다해도 한다'란 말이 남아있을 정도로 초봄에 꼭 거치는 기상현상 중 하나다.

21일 오전 9시 이후 기상청 특보 현황. 강원 산간 및 경북 내륙, 충북 산간 일대에 걸쳐 대설특보가 내려진 상황이다.(자료=기상청)

그러다보니 꽃샘추위를 겪는 한·중·일 삼국에는 꽃샘추위를 부르는 용어들이 따로 있다. 중국에서는 봄에 몰아치는 한파란 뜻으로 '춘한(春寒)'이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는 꽃이 얼어붙는 날씨라고 하여 '하나비에(花冷え)'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꽃샘추위를 좀더 강한 어조로 '꽃질투추위'라고 부른다고 전해진다.

과거 꽃샘추위가 심한 해에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적도 있다. 관측기록으로 남은 서울지역의 가장 추웠던 꽃샘추위는 일제강점기였던 1915년 3월1일의 추위였다. 당시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4.1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3월 중순 추위로 가장 추웠던 것은 1957년 3월13일 서울의 기록으로, 영하 9.5도까지 내려갔었다고 전해진다. 전국에서 가장 강력했던 꽃샘추위는 1983년 3월1일 대관령에서 기록됐으며, 당시 기온이 영하 23도였다고 한다.

올해는 해수면온도의 급변에 따라 예년보다 다소 추운 꽃샘추위가 예상된다. 기상청에 의하면, 지난해 8월 이후 엘니뇨, 라니냐 현상의 심화에 따라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변동이 심해 겨울철 지속됐던 라니냐로 인해 베링해 부근의 기압이 불안해지면서 다소 강한 꽃샘추위가 몰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 꽃샘추위는 이번 주말 이후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되며, 꽃샘추위가 물러간 이후 3월과 4월 기온은 평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