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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가로막던 장벽 허물자 '100년 역사' 풀렸다 [용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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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용산공원, 여의도보다 큰 300㎡ 면적
도심 속 녹지 생성 넘어 역사문화적 의미
커…100년 전 건축물·하천 모습 간직

서울 한복판, 평지에 자리한 여의도보다 큰 공원.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공원. 100여년간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금단의 땅’. 별칭만 해도 수없이 많은 용산공원이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용산구는 그간 한가운데 위치한 미군 기지로 인해 동서 간 분절이 문제로 꼽혔다. 해방촌, 신용산 등 용산을 둘러싸고 수도 없이 생겨난 ‘핫플’ 근방에서도, 조금만 도보로 걷다 보면 기지의 경계부, 담장에 가로막힌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담장을 허물고 기지가 있던 자리에 들어설 용산공원은 단순히 ‘도심 속에 생겨난 넓은 녹지’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기지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경계가 사방으로 열린 용산공원은 인접한 9개의 지하철역, 마을이 연결되는 통로이자 100년 전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용산공원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 조감도

용산공원 국제공모 당선 조성계획안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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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는 어떻게 '공원'이 됐나

한 세기가 넘도록 용산공원 부지는 ‘기지의 역사’였다. 멀리 보면 1500년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병참기지로 사용했고,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군이 주둔했다. 러일전쟁이 있던 1904년께부터 1945년 광복 전까지는 일본군의 주요 군사 기지였다. 이때부터 일본이 용산공원 부지 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 주둔지로 사용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 광복 후에는 미24사단이 일본 기지를 접수하면서 자리를 넘겨 받았다. 미군이 용산에 오랜 기간 상주하면서 근방은 외국 문화를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지역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그러던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하는 방향이 알려지면서 ‘빈 땅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1990년 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대한 한미 기본합의서가 체결되고, 2003년 본격 합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100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용산기지 반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초부터 ‘공원화 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에 공원화가 어느 정도 중론으로 여겨졌지만, 도시공원 형태로 일부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았다. 한강 가까이, 서울 중심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전부 공원으로 만드는 것보다, 업무공간을 일부 조성해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점차 ‘생태공원’ 개념이 주목받게 됐고, 용산공원은 역사문화공원을 포괄해 생태를 보존하는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됐다.

용산공원에 대한 기본 구상은 국토교통부의 ‘종합기본계획’에 마련돼 있다. 미군이 부지 반환을 완료하면 이에 맞춰 공원 조성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부지 반환 완료 시점으로부터 7년 뒤 공원 조성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용산공원 부지에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등 부지가 추가 편입되고 옛 방위사업청 부지, 군인아파트 부지 등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공원 부지는 약 300만㎡로 확장됐고, 이에 맞게 종합기본계획도 2022년 3차 변경된 상태다. 부지 반환이나 부분 개방, 용산 인근의 상황 변화에 맞춰 기본계획은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일례로 3차 변경안에는 2022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부분 개방된 장교숙소 5단지, 용산어린이정원 외 새롭게 개방되는 부지가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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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작은 도시' 남아있다

부분 개방 부지를 제외하면 용산공원 내부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다. 그만큼 과거의 보존이 잘 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공원’이라고 부르지만, 아직까지 기지 내부는 1000여동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 ‘작은 도시’에 가깝다. 1900년 초반 일본군이 세운 건물부터, 미군 주둔 후 세워진 건물까지 이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용산공원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지점이다. 당국은 현재 기지 내 시설물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역사적 가치나 구조물의 안전 상태, 주변부와의 조화성 등을 따진 뒤 건물을 보존 및 재사용하거나 철거할지를 결정하고 있다.


가장 먼저 대중들에게 개방된 미군 장교숙소 5단지도 우리 문화와 다른 미군의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2020년 8월 개방된 장교숙소 5단지는 1986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미군 장교숙소를 건설해 임대해온 곳이다. 전통적으로 ‘남향’을 선호했던 국내 주거용 아파트 등과 달리 가운데 위치한 주차장을 중심으로 건물 3면이 마주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택 16개동과 관리시설 2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는 전시관과 쉼터 등으로 리모델링돼 새로 활용되고 있다. 용산공원 관계자는 "미군 기지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외관과 국민이 접근하기 쉬운 위치라는 점에서 가장 먼저 부분 개방될 장소로 선정됐다"며 "추후에는 일부 건물만 보존하는 것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분 개방된 용산 미군기지 장교숙소 5단지./사진=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홈페이지

부분 개방된 용산 미군기지 장교숙소 5단지./사진=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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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건축물로는 1909년 완공된 ‘용산위수감옥’이 있다. 이 감옥은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군 감옥이다. 감옥을 둘러싼 벽돌 담장을 비롯해 행정시설, 샤워실, 화장실로 사용됐던 건물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역사적 지점으로 평가받는다.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위수감옥의 경우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공원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산기지 내에서는 건축물뿐이 아닌 100년 전 ‘하천’의 역사도 남아 있다. 최근 서울 내 하천은 대부분 현대화된 모습이다. 1960년대 서울의 많은 하천이 복개됐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야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물길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인왕산 자락에서 용산을 거쳐 한강으로 흐르는 만초천은 현재 용산기지 안에서만 모습을 볼 수 있다. 복개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청계천 등 시내에서 볼 수 있는 하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외형이다. 무지개 반원 모양을 닮은 홍예교, 돌을 이용한 보강물인 석축 등이 남아 있어 조선시대 한양도성 하천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기지 내에 흐르는 만초천 지류는 용산공원부지 좌측에 있는 캠프킴 부지 하단에서 본류와 만난다.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에서는 복개된 만초천 복원을 통해 수(水)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캠프킴 복합시설 조성계획이 수립될 때 만초천 지류와 본류가 합쳐지는 부분을 복원한다는 내용이 2022년 용산지구단위계획 열람공고 시 들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산 미군기지 내 만초천 지류./사진=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홈페이지

용산 미군기지 내 만초천 지류./사진=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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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기지 반환'…일정 미지수

다만 이렇듯 역사 문화적 의미를 갖춘 용산공원을 하루빨리 만나기 위해서는 미군 기지 반환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까지 반환된 부지는 용산기지 구역 중 약 31.4%에 불과하다. 반환되지 않은 구역은 건축물 조사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용산기지 조성 작업도 ‘반환 후’를 기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반환이 빨리 이뤄질수록 오염 정화, 공사 등 공원 조성 작업도 서둘러 시작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부지를 언제, 얼마나 반환받을지 계획은 아직 미정"이라며 "미군 기지 폐쇄 계획을 미군에서 우리 정부 측에 공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에서 반환 시점을 못 박을 시 정화 비용, 방위비 분담 등에서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환 일정을 자체적으로 정해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부지) 반환이 더디기 때문에 용산공원을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한 그림만 계속 그리고 실제로 조성은 되지 않고 있다"며 "반환을 빨리 받아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외부적 요구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편집자주'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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