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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쩡합니다”…지문 등록한 치매환자 10명 중 3명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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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미만 아동은 67.8%
치매노인은 28.4%에 불과

“가끔 깜빡깜빡하긴 해도 일산에서 종로까지 혼자서도 잘만 다녀요.”

2년 전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김모씨(80)는 스스로 멀쩡하다고 연신 강조했다. 병원에서 타온 약을 매일 먹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치매 관련해서 전화 안내가 많이 온다”며 “내 정보를 어딘가에 등록해준다고 연락이 종종 오는데 아직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해서 신청 안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씨(71)도 “지문 등록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기분 나빴다”며 “아직 길을 잘 찾아다니기도 하고 지문 등록하면 센터나 요양원에 보낼 것 같아서 지금은 하기 싫다”고 했다.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근처. 한 노인이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근처. 한 노인이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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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치매환자의 실종이 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지문 사전등록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1만2479건, 2020년 1만2272건, 2021년 1만2577건, 2022년 1만4527건, 2023년 1만4677건 등 매년 1만건 이상의 치매 환자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여전히 추적·수사 중인 사건(미해제)도 2019년 1건, 2020년 2건, 2021년 9건, 2022년 10건, 2023년 23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실종 치매환자가 사망한 채 발견된 건수도 2019년 97건, 2020년 120건, 2021년 85건, 2022년 99건, 2023년 83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18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 치매환자의 실종에 대비해 이들의 지문·사진·보호자 연락처 등을 등록하는 제도인 ‘지문등 사전등록’ 제도를 2012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길 잃은 아동이나 장애인, 치매환자를 발견했을 때 경찰은 이들의 지문을 스캔해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으로 정보를 빠르게 조회하고 효율적으로 이들의 귀가를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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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쩡합니다”…지문 등록한 치매환자 10명 중 3명도 안돼 원본보기 아이콘

경찰은 제도가 시행된 이래 경찰관서, 치매 요양시설, ‘안전 드림’ 애플리케이션(앱) 등 지문을 등록할 수 있는 창구를 다양하게 마련해왔다. 2018년부턴 중앙치매센터와 협약을 맺어 지자체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환자의 지문등록을 협조받고 있다.


하지만 치매환자 지문 등록률은 여전히 높지 않은 수준이다. 올해 3월 말까지 지문이 등록된 18세 미만 아동은 479만8479명으로 전체 아동의 약 67.8%가 등록된 데 반해 치매환자의 경우 98만4601명 중 27만9930명만 등록해 약 28.4%에 그쳤다.


치매환자들의 지문 등록률이 낮은 데에는 환자가 실종되기 전까지 환자와 보호자 모두 실종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적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치매환자 보호자 정모씨(60)는 “보건소에서 지문을 등록하라고 안내받았던 것 같은데, 아직 어머니가 길을 잃거나 길에서 배회하신 적이 없어서 지문 등록을 해야 할 필요성 못 느꼈다”며 “그동안 경각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호자 이모씨(56)도 “저희 어머니는 ‘정신병자 취급하냐’고 역정을 내셨다”며 “치매와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극히 예민해져 지문 등록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문 등록은 강제할 수 없고 본인의 의사나 보호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그동안 지문 등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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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문 등록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홍보와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문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걸 잘 모르는 보호자가 많고, 부모님의 치매나 병력을 알리길 꺼리는 자녀들도 많다”며 “장애인 등록 시 받는 혜택이 많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장애인 등록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처럼 지문 등록의 필요성과 효과를 제대로 알려 자발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어 “치매 환자가 직접 지문 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들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마다 있는 치매 안심센터에서 환자 가족들에게 이런 정보를 전달해 지문 등록을 권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도 “제도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며 “치매 판정을 받았을 때 의사나 전문가가 바로 지문등록과 같이 환자 보호를 위한 방법을 안내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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