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없애는 형태로 백화점 판매 의존도 줄일 계획…비용 절감 위한 자구책
해외선 이미 온오프라인 연계 유통모델 도입돼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을(乙)의 반란이 시작됐다. 백화점 판매에 의존했던 제조업체들이 새 유통구조 구축에 나섰다. 통상 의류·화장품 등 입점 업체들은 '갑'인 백화점의 눈치를 보며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백화점 매장 직판매를 위한 재고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의 새로운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예작, 본, 캐리스노트, 스테파넬 등의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형지I&C는 온오프라인으로 유통 구조를 연결하는 '오토모델'의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온라인 시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형지I&C가 새로운 유통구조 도입에 나선 것은 수익성 개선의 일환이다. 오토모델 도입을 통해 비용으로 인식되는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백화점 매장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옷을 사이즈와 색깔별로 여러 벌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품들이 잘 팔리지 않을 경우 재고가 되고 이월상품이 돼 할인 판매된다. 재고가 쌓일수록 의류업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줄어든다. 게다가 백화점 판매 수수료는 40%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 입점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형지I&C는 연결 기준 78억9300만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쓸수 없는 원단과 재고 등 자산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해 부실을 털어낸 등의 영향이다. 형지I&C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면서 백화점 판매에 의존하는 패션 회사들은 대부분 힘들었다"며 "앞으로는 온라인몰을 적극 활용하며 오토모델을 만들어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온라인 제품은 저가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합리적으로 소비자에게 배송만 되면 유통이 바뀐다고 브랜드력이 저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대적 흐름도 업체들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8조6991억원으로 소매판매액의 23.8%를 차지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한국패션협회는 주요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이에 따른 국내 패션물류 시장의 발전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원대연 전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조직이 유연하게 대응하고 성공적인 비지니스를 위해서는 패션 물류 표준화와 패션 물류 공동화 등 다각화된 관점으로 혁신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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