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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은행 '상주검사' 파견…경영 간섭·옥상옥 관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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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리스크 관리" vs "민간기업 경영 간섭"…상주검사역 업무 명확한 기준 마련 및 독립성 확보 과제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지주와 대형은행에 금융감독원 직원을 파견해 상시 감시하는 상주검사역 제도 운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중은행들은 업무 부담 가중,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상임감사에 금융당국 인력까지 상주하는 '옥상옥'에 노골적 관치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상주검사역 파견 전 상시 감시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 vs "민간기업 경영 간섭"=당국은 국내 은행의 덩치가 커지고 업무가 복잡·다양해지면서 밀착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일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부실 우려 등 당국과 은행이 긴밀히 대응해야 할 이슈는 많은데 은행이 대형화되고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대응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미국, 캐나다, 홍콩 등이 은행 상주검사역 제도를 운영중이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1970년대말 이 제도를 도입해 현재 총자산 500억달러 이상 대형 은행에 수십명의 인력을 상주시키고 있다. 상주검사역을 파견해 취약점을 조기 발견하고 적기 대응해 금융사고를 사전 예방한다는 취지다.

반면 은행들은 당국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거나 경영권 간섭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검사역이 상주하면 내부 경영상황과 관련한 자료를 계속 요구하고 은행은 이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반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도 부담이 될 수 있어 경영권 간섭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은행 상임감사에 이어 당국까지 은행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감시하는 건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국이 상주검사역을 관치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임감사라는 경영진 견제 수단이 있는데 상주검사역이 파견되면 은행 입장에선 또 하나의 견제 조직이 들어앉는 것"이라며 "당국이 큰 흐름과 이슈를 짚어줘야 하는데 개별 은행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 감독 인력 제한적…사고시 책임론 불거질 수도=당국 입장에서도 감독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 있는 상시 감시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 OCC는 금융회사 규모에 따라 수십명의 상주검사역을 파견해 분야별로 현미경 감시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감원 일반은행국 인력은 40명 남짓에 불과해 은행에 파견할 수 있는 상주검사역 수에 한계가 있다. 상주검사역에 인력을 몰아주면 다른 업무에서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고 인력을 최소화하면 은행 상시 감시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감원이 상주검사역을 파견해도 은행의 중요한 정보와 운영 과정을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금융사고 등 문제가 터지면 상주검사역을 파견했는데도 막질 못했다는 비판으로 금감원의 책임론만 더 커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1년 영업정지 직전 부산저축은행에 나간 파견감독관이 대량 인출 사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해 논란을 키웠다. 2012년에는 김찬경 당시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파견감독관이 나간 상태에서 200억원을 인출해 도주를 시도한 적도 있다.

◆상주검사역 업무 관련 명확한 기준 필요=은행 상주검사역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상주검사역 파견에 앞서 역할과 업무 범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상주검사역에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제공해야 하는지 서로간의 조율이 필요하다"며 "내부적으로 결정을 한 후 알려야 할 문제를 당국이 중간과정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심한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당국이 은행의 세부 정보를 시시콜콜 감독하기 보다는 상주검사역 제도를 금융회사와 감독자간의 의사소통 채널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는 금감원 상주검사역의 독립성 확보도 과제다. 미국 OCC는 상주검사역이 업계와 유착돼 제대로 된 검사·감독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으로 최근 파견 인력을 줄이고 은행 건물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 상시 감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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