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단독]수천억 들인 국가안전대진단, 재난·재해 못 줄였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단독]수천억 들인 국가안전대진단, 재난·재해 못 줄였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4년간 수천억원의 예산과 수백만명이 투입돼 국가안전대진단이 실시됐지만 형식적 점검 등으로 정작 재난ㆍ사고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제천ㆍ밀양 화재 참사를 이유로 국가안전대진단을 다시 확대ㆍ강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지난 5일부터 민관 합동으로 전국 30만개소의 각종 위험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만들어진 '국가안전대진단'이 시작된 것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8일 경기도 광명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진행된 안전진단을 직접 참관하기도 햇다.

정부는 국민들의 안전 의식ㆍ문화를 고취하는 한편 각종 위험 시설물의 안전을 일제 점검해 '화재ㆍ교통사고, 산업재해, 자연재난, 범죄 등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 행사를 시작했다. 2014년 말 시범 시행 후 2015년부터 매년 2~4월에 정례적으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지만 별 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에 따르면, 안전대진단으로 인해 2015년 1조5693억원, 2016년 1조8385억원, 지난해 1조2316억원 등 보수ㆍ보강 투자 수요가 발굴돼 돈이 들어가고 있다. 인력만 해도 2016년 연인원 64만명, 지난해 연인원 75만명이 투입되는 등 4년간 200만명이 넘었다. 들어가는 예산도 천문학적이다. 전문가 인건비로만 연간 100억~300억원대, 전체 비용을 포함하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이 인건비ㆍ장비 등의 비용으로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행안부는 점검 주체인 지자체ㆍ공공기관ㆍ민간 기관ㆍ개별 기업 등이 각각 점검 비용을 지출한다는 이유로 총 비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재난관리기금 등을 활용해 각자 집행하기 때문에 예산 전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소방안전교부세ㆍ재난기금 300억원을 점검 결과에 따른 보수ㆍ보강으로 썼다"고 밝혔다. 안전 진단 업계는 호황을 맞이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등록된 안전진단 업체 수는 2014년 707개에서 2016년엔 772개로 10%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국가안전대진단 실시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각종 재난ㆍ사고는 오히려 늘어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제천ㆍ밀양 참사 등으로 사회적 관심사가 된 전국 화재 발생 건수의 경우 2015년 4만757건에서 2016년 4만3413건, 지난해 4만4177건으로 3년새 3000여건이나 늘어났다. 교통사고도 2014년 22만3532건에서 2015년 23만2035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해상조난사고도 2014년 1418건에서 2015년에는 2740건, 2016년에는 283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범죄도 2014년 193만3835건에서 2015년 202만731건으로 10만건 가까이 늘었다. 산업재해는 사망자 수가 2014년 1850건에서 2015년 1810건, 2016년 1777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2000년대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국가안전대진단과 별 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연 재난도 2014년 2명 사망ㆍ1800억원 재산피해, 2015년 0명 사망 318억원 재산 피해, 2016년 7명 사망 2883억 재산피해 등으로 오락가락했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대상을 해야 하다 보니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은 정부도 이를 인정해 차츰 대상ㆍ기간을 축소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한국행정연구원 등과 개최한 안전대진단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형식점 점검 ▲국민참여형 모델 정착 저조 ▲각종 사고의 지속적인 발생 등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민 참여 확대, 이행 상황 확인 점검 및 심층ㆍ종합 진단 실시, 후속조치 이력관리 강화, 인센티브 강화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점검 기간도 초기 70여일에서 50여일로 20여일 정도 줄였고, 대상도 2015년 107만건에서 올해 29만건으로 축소했었다. 또 올해부터는 공공기관의 위험시설 위주로 진행하고 민간은 자체 점검에 맡기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제천ㆍ밀양 화재 참사를 계기로 갑자기 국가안전대진단을 확대ㆍ강화했다. 점검 대상을 29만건에서 30만건으로 늘렸고, 자체점검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던 민간 사유 시설 즉 6만개의 중소 병원ㆍ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도 정부가 나서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안전대진단의 취지는 재난ㆍ재해를 줄이자는 사회운동적인 것으로 출발해서 시행돼 왔는데, 이번에 공교롭게 도 화재가 발생한 후 실시하다 보니까 높은 기대를 떠맡게 됐다"며 "(과거의 잘못을)답습하지 않고 개선ㆍ강화해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특임교수는 "동시다발적 일제점검에는 한계가 있다. 점검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길이 20m 이하 교량ㆍ소형 낡은 건축물 등 법적 사각지대 해소, 상시적 감시시스템 마련 등 제도ㆍ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 굳건한 1위 뉴진스…유튜브 주간차트 정상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국내이슈

  • "제발 공짜로 가져가라" 호소에도 25년째 빈 별장…주인 누구길래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