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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평창올림픽과 세금, 그리고 ‘평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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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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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결정적 계기는 88서울올림픽이다. 당시는 냉전시대였고 한국에선 군사독재 정권이 반공(反共)을 국시(國是: 국가정책의 기본 방향)로 채택하고 있었다. 영화 ‘1987’에서 보듯 ‘빨갱이 척결’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묘했다. 80모스크바 올림픽은 서방국가들이, 84LA올림픽은 공산국가들이 정치적 이유로 불참했다. 따라서 88서울올림픽이 성공하려면 공산국가의 참가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반공 이미지가 큰 걸림돌이었다. 지금은 폐지된 방위세(防衛稅)도 시빗거리였다. 방위세는 ‘국토방위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1975년 신설되었는데 주세 등에 약 30%의 세율을 곱해 부과했다. 공산국가는 자국 선수들이 서울에서 소비를 할 때 납부할 방위세로 한국이 무기를 사서 자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트집을 잡았다.
결국 공산국가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노태우 정부는 획기적인 결단을 내린다. 1988년 7ㆍ7선언을 통해 "때려잡자 공산당"에서 "남북은 적대관계 아닌 동반자 관계"라고 밝혔다. 그러자 공산국가들의 참가가 줄을 이었다.
올림픽이 7ㆍ7선언을 이끌어 내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한국의 대외 지경(地境)이 공산국가로까지 확대되어 경제발전에 큰 몫을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이번엔 평창올림픽이 열린다. 세금의 눈으로 보면 평창 천지가 세금 밭이다. 올림픽 때문에 수요가 생기는 TV 중계권료, 스폰서십 등은 국내(평창)의 활동(올림픽)과 관련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과세권이 우리에게 있다.

하지만, 세법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방송 제작사의 소득, 올림픽 휘장사용 대가, 선수 및 임원들의 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다(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28). 올림픽이 가져다주는 ‘평화 효과’때문이다. 물론 올림픽 이후 해당 시설의 유지비용은 세금으로 보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평화 효과가 세금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또다시 상황이 묘하다. 88서울올림픽 때보다 더 아슬아슬하다. 북한의 핵실험과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맞물려 있다. 거기에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반감, 유엔안보리 재재결의 위반 시비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특히 수가 틀리면 난장을 치고 약속도 잘 안 지키면서도 아쉬우면 찾아와 손 내미는 북한의 행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평화는 때로 냉혹한 수업료 지불을 요구한다. 노예해방을 선언한 미국 링컨 대통령과 중동평화협정 체결의 주역 이스라엘 라빈 수상이 암살당했다. 그래도 인류역사 발전의 순방향은 전쟁보다는 평화다. 약자를 배려하는 이성과 영혼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인간은 동물과는 다르다. 달라야 한다.

88서울올림픽이 7ㆍ7선언을 이끌어 냈듯이 평창올림픽도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위해 뭔가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대로 살수는 없지 않는가.

다시 세금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본다. 전쟁비용보다는 평화유지비용이 훨씬 덜 든다. 세금을 덜 낸다는 의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사시 전장(戰場)에 투입될 2030세대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평창이 평양이라고? 단어 앞의 "평"은 같을지 몰라도, 평창은 실력으로나 어디를 보아도 평양을 이미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들에게 과공(過恭)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쩨쩨하게 굴 필요까지는 없다.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 간 올림픽을 공동개최하는 것도 시도할 만하다. 평화가 쌓여야만 통일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화유지가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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