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규제의 역설'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을 잡겠다는 정부의 규제에도 수요가 강남으로만 집중되자 강남 집값은 뛸 대로 뛰었고 지방은 휘청거리고 있다. 무너진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뒤늦게 청약 조정대상 위축지역 지정 검토에 나섰지만 되돌리기는 버거운 모습이다. 정부만 외면한 규제의 역설로 인한 주택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4.69% 오르는 동안 지방은 0.41% 하락했다. 특히 경남 창원은 지난해 성산구 아파트값이 11.08% 폭락하는 등 평균 7.91% 떨어졌다. 거제 역시 조선업 불황 등 지역 경기 침체 탓에 8.57%의 큰 하락세를 보였다. 구미(-5.47%)와 포항(-5.09%)도 아파트값이 많이 내렸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4만6943가구로 1년 전보다 7219가구(18.2%)가 늘었다. 부산은 미분양이 1년 새 749가구(64.0%) 급증해 1920가구로 늘어났다. 제주도는 지난해에만 1000가구(369.0%)가 늘어 미분양이 1271가구가 됐다. 경남(1만2088가구)과 충남(1만624가구)은 미분양이 1만가구를 넘어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지난해 지방이 3710가구(71.5%) 늘면서 8900가구가 됐다.
국토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을 통해 억제하고 있는 분양가도 오히려 시장 혼란과 내성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분양가를 억지로 낮출 경우 결국 시세랑 차이가 커지면서 '로또 분양' 수요를 조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HUG의 분양가 통제로 시세보다 10%가량 싼 가격에 분양한 GS건설 의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로또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평균 16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도 계획보다 분양가를 낮추면서 4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미 강남 집을 가졌거나 수십억 현금을 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를 정부가 만들어 준 셈이다.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무시한 임의 규제라는 점도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 온 원칙과 투명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규제 강화도 마찬가지다.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 및 초과이익 환수제 실시 등과 같은 충격으로 시장을 조이면 되레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 택지 공급 조절과 분양보증 예비심사, 미분양 관리지역 확대 등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라며 "역전세난 및 깡통전세 등 가계 리스크와 미분양ㆍ미입주 등 기업 리스크에 대해서 다각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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