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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시 희망中]명예퇴직 후 재취업, 일용직으로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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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황금개띠’의 해라는 2018년. ‘58년 개띠’로 통하는 베이비붐 중앙세대인 이들이 환갑으로 정년을 맞아 대거 임금근로자의 지위에서 물러나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 마지막 임금을 받게 되는 ‘58년 개띠’는 올해 약 34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환갑 정년’은 상당수 직장인들에게 ‘꿈’같은 일일 뿐이다. 이미 1960년대 후반∼1970년대 후반 출생자들이 조기퇴직 대열에 속속 오르고 있다. 회사는 ‘희망퇴직’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직장 울타리를 떠난 이들의 생활에서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희망퇴직자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3회에 걸쳐 ‘그래도 다시 희망’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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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속칭 ‘존버정신(오래참고 끝까지 버틴다는 뜻)’이라는 말은 가상통화 투자자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말이 아니다.

1997년 말 느닷없이 불어 닥친 외환위기를 계기로 매년 심화되는 인력 구조조정은 직장인들의 정신적ㆍ물질적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 울타리를 벗어나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문처럼 되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처럼 와닿는 얘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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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생으로 올해 56세가 된 이모씨는 1987년 대기업 계열 생명보험사에 입사했다. 10년 넘게 열심히 일한 그는 일 잘하는 똘똘한 직원으로 통했다. 회계, 재무에 재능이 있었고, 사람 만나는 데도 거침이 없어 보험사 직원으로선 ‘안성맞춤’이었다. 그랬던 그도 1998년 ‘명예퇴직’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수백 명의 동료들과 함께 회사에서 짐을 싸야 했다. '회사의 명예를 위해 조용히 나가라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그래도 '나가서도 행복할 거야, 잘 될 거야' 라는 희망을 품고 책상을 정리했다”고 한다.

일하며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치니 액수가 꽤 됐다. 이씨는 곧장 개인사업을 시작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는 “회사생활 할 때보다 한때 형편이 훨씬 폈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큰돈을 만지면서 떵떵 거리고 살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몇년 후 업황이 급격히 위축됐고 돈 줄도 막혔다. 결국 하던 사업을 접었다. 그는 지난 2년 간 서울의 한 캠핑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 그마저도 지난해 말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 이씨는 최근 고용노동부를 찾아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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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처럼 재취업 시장에 뛰어든 중장년층들은 암울한 현실과 마주하며 좌절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50∼74세를 대상(2003년 2437명, 2015년 3263명)으로 분석한 ‘은퇴와 관련한 중장년층의 고용현황 변화추이’를 보면 중장년층들이 점점 질 낮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에 해당하는 상용직 재취업자의 경우 2003년에는 34.4%를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20.8%로 13.6%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임시일용직 재취업자의 경우 2003년에는 31.0%를 차지했으나 2015년 46.4%로 15.4%포인트 증가했다. 상당수 중장년층 재취업자가 임시일용직으로 이동한 셈이다.

방위산업체에서 15년 가까이 근무한 김모(54)씨도 “회사가 어려워졌으니 나가 달라고 했다”며 “지난해 12월 권고사직 당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전 회사보다 급여 등 조건이 못한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 금융사에서 희망퇴직 후 3년째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모(46)씨는 “서울의 수많은 빌딩 속에 왜 내가 일할 수 있는 책상 하나가 없는지 우울할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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