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카스테라·설빙 등 프랜차이즈 유행주기 짧고
식품업계 미투제품 신제품 개발 역효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소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믿음사 펴냄)의 주인공인 김지영씨가 학창시절 즐겨입던 겨울아우터는 십중팔구 '떡볶이 코트'였다. 1990년 후반 당시 떡볶이코트는 중·고등학생이 교복 위에 걸쳐입는 '제2의 교복'이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선 아웃도어 업체들이 선보인 패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노스페이스 패딩은 수십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꼽혔고, 제품가격에 따라 교실안 계급이 정해지기도 '등골 브레이커'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올 겨울 롱패딩 열풍이 전국이 강타하면서 '반짝 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패션은 철마다 유행을 만들지만, 최근들어 유행주기가 짧아지고 있는데 성장기 초등학생마저 롱패딩 대열에 합류하면서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반짝 유행'이 사회 곳곳에서 심심치않게 목격되면서 적지않은 부작용도 나온다는 점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반짝 유행의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은 프랜차이즈다. 올해초까지 우후죽순 생겼다 순식간에 사라진 '대왕 카스테라'가 대표적이다. 대만 여행객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 상륙한 대왕 카스테라는 압도적인 크기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내 빵집을 빠르게 대체하며 가맹점을 늘렸지만, 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카스테라 레시피와 달리 식용류와 첨부제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 순간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프랜차이즈를 한 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곳도 가맹속도는 눈에 띄게 가팔라 수십개의 가맹계약을 맺은 곳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들은 매장 인테리어와 콘셉트도 겹쳐 간판만 다를 뿐, 소비자들이 업체별 차별화를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이다.
유사 브랜드들이 생겨남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와 가맹점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유행을 타는 업종은 인기가 꺾임에 따라 쉽게 사장되기 마련인데, 이때 수십개의 유사 브랜드들이 무더기로 퇴출되는 바람에 프랜차이즈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제품이 인기를 끌며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면 유행에 편승한 미투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반짝 유행'을 자초하기도 했다. 과도한 미투제품 범람으로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껴 유행주기를 짧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2015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출시된 이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인기를 끌자 제과업체들은 잇달아 비슷한 제품을 선보인 것도 대표적 미투제품 범람의 사례다. 롯데제과는 '바나나 먹은 감자칩'을 농심은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내놨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도 제과시장의 '허니버터' 경쟁에 가세했다.
이에 허니버터 과자 열풍의 원조인 해태제과에서는 자가복제 상품 격인 '허니통통'을 출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제품이 유행하면서 잇따라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의 입맛도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면서 "유행이 관련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있지만 지나치게 유행만 좆을 경우 새로운 제품개발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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