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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청 앞 구두수선 부부 한달에 책 20권 읽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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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관악구청장 15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 18번째 글 '지식도시락 배달이 뭐예요?' 글에서 자신이 2010년 관악구청장 취임 이후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만들기 사업 설명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관악구청 앞에서 27년 동안 구두 수선을 하고 있는 김성자씨 부부는 구두수선이 주업이고 부업은 책 읽는 일이다.

이들 부부는 “과거에 도서관이 먼 곳에 있을 때는 우리처럼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이용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매월 20권 정도 책을 대출해서 읽어요”라고 말했다.
하루 벌어 먹고 살기 힘든 일을 하면서도 한 달에 책을 20권을 읽는 김씨 부부야 말로 진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이들 부부는 “구청 내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이 우리 집 서재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구는 이들 부부를 ‘관악구 도서관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처럼 ‘하늘 아래 첫 달동네’로 불리던 관악구가 ‘지식문화도시’로 천지개벽했다.
과거 같으면 꿈도 꿀 수 없던 새로운 세상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바로 기자와 작가를 하고 민주당 최장수 대변인과 차관급 국회도서관장을 역임한 유종필 관악구청장 2010년 민선 5기 관악구청장이 되고 나면서 생긴 역사다.
관악구청 건너편에서 올해로 27년째 구두수선을 하는 김성자씨는 한달에 20여권의 책을 관악구청사내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려보는 독서광이다.

관악구청 건너편에서 올해로 27년째 구두수선을 하는 김성자씨는 한달에 20여권의 책을 관악구청사내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려보는 독서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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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구청장은 15일 자신의 블로그 ‘유종필의 관악소리’18번째 글 ‘지식도시락 배달이 뭐예요?“란 글을 통해 자신이 사는 곳 가까운 곳에 도서관을 만들어 주민들로 하여금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던 역점 사업을 설명했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 작은도서관”이라고 말했다는 글로 도서관 접근성 중요성을 시작했다.

또 초등학교 도서관을 교문 근처로 옮기자 이용자가 두 배로 늘었다는 얘기도 했다.

유 구청장은 “세상은 복잡하고 시대는 빠르게 변하지만 인류의 발명품 중 책과 도서관만큼 현자들의 지식과 지혜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며 “그러나 바쁜 생활인들은 이 유용한 발명품에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책과 도서관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나온 정책이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도서관’과 ‘지식도시락 배달’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구청장 스스로 책을 ‘지식도시락’이라고 위트 있게 표현, 짜장면이나 피자처럼 배달하는 것에 빗대 ‘지식도시락 배달 사업’이란 말을 지었다.

책을 치킨처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작명가다운 재치 있는 발상으로 보인다.

관악구는 재정 여건이 넉넉한 자치구가 아니다. 스스로 도서관 건물을 많이 짓고 인력을 다수 채용하면 좋은데 그럴 형편이 못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구청과 21개 동 청사를 비롯 체육센터와 폐매표소 건물을 활용, 폐컨테이너를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공간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관악구청내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

관악구청내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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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문제는 새마을문고 400여 회원들 자원봉사가 결정적 몫을 했다. 동사무소마다 자리 잡고 있는 새마을문고를 모두 리모델링, 도서관법상 작은도서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관악구 내 5개의 지하철역에도 무인 도서관 시스템을 갖추는 등 모두 43개의 작은도서관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모든 도서관을 통합전산망으로 연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신청하면 소형버스 3대를 이용, 가까운 도서관으로 배달해준다. 이용자가 해마다 급증, 지난해 1년 동안 배달된 책만 40만권이 넘었으며 올해는 45만여 권으로 추산된다. 수직으로 쌓으면 관악산 15배 높이의 양이다. 구청 청사 1층에 있는 ‘용꿈꾸는 작은도서관’경우 130㎡ 좁은 공간이지만 하루에 1000여 명이 이용, 북 콘서트 같은 행사가 늘 열리는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랑했다.

유 구청장은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편리한 접근성에 있다”고 말했다.

김성자씨가 이처럼 한 달에 20여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도서관’핵심이 담겨 있다.

음료 배달하는 또 다른 여성도 비슷한 말을 했다. 특히 지하철역에 있는 5개의 무인 도서관은 출퇴근길에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다.

큰길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할머니는 “구청장님 덕에 딸을 자주 볼 수 있어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으니 인근 도시로 시집간 딸이 책 빌려 보기가 편하다고 자주 오기 때문이란다.

전어 굽는 냄새가 집 나간 며느리를 부르듯이 책의 향기가 시집간 딸을 부른 셈이다. 이처럼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도서관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림의 떡이다. ‘어떤 도서관이 가장 좋은가?’라고 내게 물어오면 주저 없이 ‘집 가까운 도서관이 가장 좋은 도서관’이라고 대답하곤 한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의 도서관 중요성은 끝이 없다. 그는 "21세기는 지식·정보 시대다. 지식과 정보가 권력이 되고, 지식과 정보만 가지고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정보의 원천이 되는 책과 도서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햇볕의 혜택을 보는 것처럼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지식·정보 혜택을 평등하게 보도록 하는 것이 지식 복지다. 그런 면에서 도서관은 가장 좋은 지식 복지이자 생산적 복지”라며 “훗날 어떤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관악구의 작은도서관’이었다”라고 말할 날을 기대해본다고 맺었다.
관악구 책 배달 서비스인 '지식도시락' 배달

관악구 책 배달 서비스인 '지식도시락'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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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혁명으로 인공지능(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고 있지만 결국 인간이 갖는 지성과 감성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책과 가까이 해 지성을 쌓는 길이 AI같은 로봇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기때문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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