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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기, 운,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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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많았지만 핵심은 이거다. '우리를 특별 대접해달라.' 그 바람에 역풍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손길을 뿌리친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사로운 몇가지 이유를 열거하며 문 대통령과 노동계 대표단의 만찬회동에 어깃장을 놓은 민노총은 이렇게 해명했다. "우리는 약자다. 노동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말인즉슨,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부와 사업자는 갑이고, 노동계는 을이라는. 게다가 '자칭' 촛불 정권 탄생의 주역이다. 그러니 매번 문 정부에 '백지 수표'를 내민다.
양측의 교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국정 철학으로 내세웠다. 노동계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의 종합대책쯤으로 여긴다. 문 정부 진용도 노동계에 기울었다. 장관급인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위원장은 민노총 출신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간부를 지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재벌은 암세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말하나마나다. '반 기업 정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기류는 이미 태풍이 됐다.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통상임금으로 기아자동차는 1조원을 날렸다. 기업이 난타당하는 것도 흔한 모습이다.

장면1. 정부 정책 세미나에 기업, 노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형식적으로는 3대3대3 동수. 실질적으로는 기업 완패. 기업 관계자들이 3분 남짓 발언하는 사이 노조와 시민단체측은 30분 넘게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세미나를 주최한 정부도 노조와 시민단체 주장에 기울었다. 기업이 무슨 말을 해도 시큰둥했다.

장면2. 4차 산업 관련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기자동차 시대 진입을 반길까?" 정답은 '아니올시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노동 투입량이 다르다. 엔진이 사라지면 일손이 단순해진다. 적게는 20%, 많게는 40% 줄어든다. 일자리를 잃을 것이 뻔한 노조가 전기차를 반길 리 없다. 그런 노조를 사측이 밀어붙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규모 파업을 견딜 수 있다면 모를까.
장면 1ㆍ2는 정색하고 묻는다. 운동장이 실제로는 어디로 기울었는지를. 이쯤되면 '우리가 약자'라는 하소연은 기업에서 나올 만하다. 적어도 기업들은 대통령의 부름에 버선발로 나서지 어깃장을 놓지 않는다. 청와대 행진은 상상도 못한다.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부채의식이 문제다. 힘센 노동계의 약자 코스프레를 간파하지 못하면 경제정책은 꼬일 수밖에 없다. 기, 운, 똑. 기업의 송년회 건배사가 의미심장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똑바로'.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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