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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나에게 6470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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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105호 '엉뚱한 사진관 for 대학로:6470전'
최저임금 소재로 20~50대 설문조사 후 인터뷰
전세대 아우르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알바비로 구입 가능한 정물사진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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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올해 최저임금 6470원은 노동의 대가를 측정하는 하나의 가치이자 기준이다. 정부는 2016년 시간당 6030원에서 올해 6470원으로 올렸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을 적용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만에 1만 원 최저시급에 다가섰지만, 기업들은 기본급에 포함되지 않는 식비나 상여금을 깎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올 한해 6470원은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녔을까?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 '엉뚱한 사진관 for 대학로: 6470전'(10월 27일~11월 12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아티스트 105호'는 건국대학교 다이나믹미디어학과 출신의 선후배가 결성한 3인조 혼성팀이다. 지난해 1월 학과 강의실(105호실)에 모여 팀을 구성한 뒤 몇몇 기업체 광고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다졌다. 팀의 리더 김현기 씨(22)는 미국 ACCI갤러리 공모전 입상(2016), 사이아트 도큐먼트 선정 작가전 선정(2017) 등 최근 주목받는 예술가로 성장하고 있다. 함께 순수 작품전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엉뚱한 사진관' 전시 기획안 공모는 지난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는데 모두 열여섯 팀이 경쟁했다. 서류심사 및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105호 팀의 '6470사진관' 아이디어가 최종 선정됐다. 전시 참가자 섭외와 설문조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했다. 지원자 57명 중 19명을 추려 인터뷰와 사진작업을 했다. 연령대는 20~50대였지만 딱히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직업도 학생부터 예술가, 계약직, 과외, 콜센터, 주부 등 다양하다.

아티스트 105호_(왼쪽부터) 신연식 김현기 이나은 [사진=서울연극센터 제공]

아티스트 105호_(왼쪽부터) 신연식 김현기 이나은 [사진=서울연극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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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총괄한 김현기 씨(22)는 "최저시급이 '적다' 또는 '많다'로 가르고 비판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개인의 삶에서 그들만의 6470원의 가치를 탐구하고자 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저 보여주고 싶었다. 청년세대뿐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노동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1, 2층 전시장에 들어가면 '나에게 6470원이란?' 시리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생각한 6470원에 대한 의미와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붉게 물들인 인물의 얼굴과 몸에 아이러니, 지푸라기, 피땀 눈물, 시간투자, 밥벌이, 중간단계, 나를 가두는 틀, 낯설지만 익숙한, 널 어쩌면 좋니? 등의 딱딱한 텍스트들을 빔 프로젝터로 투사해 사진을 찍었다. 열정을 뜻하는 붉은색과 고딕체의 새하얀 글씨가 대비를 이뤄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물사진 디자인을 담당한 신연식 씨(26)는 "참가자들의 표정과 몸짓이 텍스트의 의미와 잘 어울릴 때까지 계속 촬영을 했다"면서 "최저시급에 관한 이미지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솔직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최저시급에 대해 관심이 없는 편이다. 여전히 6470원은 '물음표'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노동의 가치를 시간으로 제한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정물사진(6470/N 시리즈)은 참가자들이 아르바이트 혹은 월급으로 구입한 물건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계지도, 가방, 공연티켓, 팔레트 등 각자에게 의미 있는 지출의 결과물을 내놨다. 단, 6470원 만큼의 가치를 가늠해 딱 그만큼만 제 색깔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콘서트 티켓이 10만 원 정도한다면, 6470원 어치에 해당하는 끝부분만 컬러로 보여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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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 사진작업을 주도한 이나은 씨(24)는 "전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노동을 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그들의 삶속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에게도 공감되는 면이 많았다"고 했다.

별도의 공간에는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표정과 목소리에는 우리 사회에서 의미하는 노동과 시간 그리고 이것을 환산한 돈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등록금 500만 원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부터 여행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작가, 그리고 어느 아버지가 딸이 3년 전 선물한 면도기를 '미안해서' 지금까지 쓰지 못한다는 사연까지 다양하다.

김현기 씨는 "6470원의 의미를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맹주 입장과 받는 사람들의 입장도 들어봤다. 물가 문제도 있었다. 다만 예술가의 입장에서 현실이 이렇다는 점을 다양한 목소리로 환기하는 것이 첫째 목표였다"고 했다.



문화부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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