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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못하는 AI]①바둑은 이기고 PC게임은 진 컴퓨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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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송병구(29) 프로게이머와 인공지능(AI)간 펼쳐진 대결 모습.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송병구(29) 프로게이머와 인공지능(AI)간 펼쳐진 대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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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예측불허의 바둑실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인공지능(AI)이 정작 컴퓨터 게임에선 맥을 못추고 허무하리만치 인간에게 패배했다. 바둑보다 변수가 훨씬 많고 상대방의 수를 읽을 수 없는 스타크래프트(Star Craft)란 실시간 전략게임에서 프로게이머의 벽은 엄청나게 높았다. 이는 각종 축적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AI가 '전술(Tactics)'에는 능할지 몰라도 창의력과 순간판단력의 영역인 '전략(strategy)'에서는 여전히 인간에게 한참 밀린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학생회관에서 인간과 AI간의 PC게임 '스타크래프트 부르드워' 대결이 펼쳐졌다. 지난해 '알파고 쇼크'로 세기의 대결을 기대한 네티즌들도 몰려들었다. 이날 온라인 생중계를 지켜본 동시 시청자 수는 최대 3만6000명에 이르렀다. 이날 대결에 참가한 AI 팀들의 이력도 화려했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이 개발한 게임 AI와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개최한 AI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1위를 한 호주의 'ZZZK봇', 2위를 했던 노르웨이의 'TSCMOO', 3위를 거뒀던 우리나라의 'MJ봇', 6위를 했던 페이스북의 'CherryPi' 등 쟁쟁한 AI들이 프로게이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송병구(29) 프로게이머와 인공지능(AI)간 펼쳐진 대결 중계모습.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송병구(29) 프로게이머와 인공지능(AI)간 펼쳐진 대결 중계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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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려한 이력과 달리 이들 AI는 프로게이머와의 단판 승부에서 여지없이 참패했다. 인간 대표로 AI와 맞붙었던 선수는 프로게이머인 송병구(29) 선수였다. 송 선수는 AI 4팀을 모두 가볍게 이겼다. AI팀은 앞서 일반인 이용자들과의 대결에선 5승 1패를 기록했지만, 프로게이머의 벽은 엄청나게 높았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AI 중 하나인 MJ봇을 개발한 김경중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40)는 "머신러닝(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AI는 한계가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송 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AI들은 알파고에 적용했던 머신러닝 기술이 아닌 '스크립트' 방식이 적용됐다. 스크립트 방식은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와는 달리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만 대응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돼 상대방이 예정된 패턴과 다르게 반응하면 급격하게 실력이 떨어진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프로게이머 송병구(오른쪽) 선수와 김경중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대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프로게이머 송병구(오른쪽) 선수와 김경중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대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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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상대방과 한 턴씩 수를 주고받고 모든 적의 수를 읽을 수 있는 바둑과 달리 실시간 전략게임은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 달리 일단 실시간 게임으로 빠른 상황판단이 필요하고, 또한 적진을 지속적으로 정찰하지 않으면 적이 어떤 수를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상황판단이 매우 어려운 게임이다. 또한 스타크래프트는 유저 1명이 자원확보, 정찰, 공격, 수비, 기지확장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적의 움직임에 맞춰 재빨리 대응해야하기 때문에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결국 전술적 측면에서는 AI가 뛰어날지 몰라도 적의 움직임을 모르면 몇가지 패턴 이외에 순간 대응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AI의 특성상 아직 전략적으로 전문 프로게이머를 이기기엔 버겁다는 것. 4개 AI가 연달아 달려들었음에도 4판을 다 합쳐서 30분 이내에 종료되면서 기대가 컸던 일반 게이머들의 실망감도 컸다.

경기 후 상금 500만원과 상패를 받은 송 선수는 "인간을 따라잡기에는 컨트롤이나 전략이 부족했다. 현재 AI는 중수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가 AI 개발에 참여하면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바둑이나 체스 같은 '인간적인' 오프라인 게임을 이긴 AI가 정작 자신과 같은 컴퓨터게임에서는 인간에게 패배한 기묘한 불균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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