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적 노화연구 기관 아직 없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치매를 비롯한 노인질환은 사회적 비용은 물론 개인적 부담도 큽니다. 노인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전에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에 와 있습니다.
치매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찾아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원인과 예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는데 아직 치료약은 없습니다. 치매에 한 번 걸리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예전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치매는 평소 생활습관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옛날과 달리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안심국가를 만들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나이 불문 찾아오는 치매=치매는 뇌에 있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두 가지 이상의 인지기능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평소 생활하던 습관에서 뭔가 이상이 느껴진다면 일단 의심을 해 보는 게 좋습니다. 인지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됩니다. 기억력을 비롯해 주의력·계산능력·시공간 지각력·언어능력·판단력·계획력·추론력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치매를 '나이 들면 생기면 질환'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최근 연령대가 낮은 층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노인에게 발병하는 질환이 아니라 뇌 질환의 일종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연령대를 떠나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질환이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면 예방과 대처가 가능합니다. 치매는 최초 치매유발물질이 쌓이고 수년에서 수십 년 후에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이 같은 특징을 이용해 치매 전 단계에서 조기 진단해 치료와 관리를 한다면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후각이 떨어지는 것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구분할 수 있는 냄새의 가짓수는 무려 1조개가 넘습니다. 민감한 후각 기능은 뇌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어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후각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냄새를 못 맡는다면 뇌 기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일본 연구팀이 후각 장애 발생 3년 후를 관찰한 결과 42%의 사람에게서 치매가 발병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입맛이 바뀌거나 미각을 잘 못 느낄 때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뇌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뇌 기능의 저하까지 의심할 수 있고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승하 세란병원 신경과장은 "후각과 미각 이상 등은 질환이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 몸이 보내오는 일종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단순히 나타나는 변화라고 생각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립노화연구소 만들어야=치매를 비롯해 노인질환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처는 제각각입니다. 종합적 대책은 물론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전문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노화 연구를 수행하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존재합니다.
최근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회장 윤종률)와 대한노인병학회(이사장 장학철)가 관련 세미나를 열고 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국립노화연구소를 통해 노인의 의료와 돌봄 비용 상승을 억제하고 노인의 건강수명을 연장해 성공적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자는 것입니다.
황은성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국내 노화연구는 주로 세포와 하등 동물모델 수준에 제한돼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낮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화연구를 동물 수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실험 설비와 연구비를 갖춘 기관, 여기에 전문 연구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윤환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을 통해 노화에 대한 통합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립노화연구소를 통해 노인 건강수명의 연장과 건강한 노후 사회, 의료비용 감소, 새로운 의료산업 창출 등 혜택이 기대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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