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검사기기를 수출하는 F사는 2015년 대만의 중국법인과 약 12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고 선수금 30%를 지급받아 수출했으나 중국측이 제품의 품질을 문제 삼으며 잔금 8만달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F사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던 차에 KOTRA 무역투자상담센터의 본 위원과 자문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해왔다.
계약서를 살펴보니 일반적인 조항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제12조 중재(Arbitration) 조항을 두고 논쟁의 소지가 있어 보였다. 원칙적으로 계약서의 중재조항에 중재기관은 단독으로 명시해야 하고 중재지역과 중재기관의 정확한 명칭(Full name)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F사의 계약서에는 중재원의 정확한 명칭 없이 '중재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한다' 라고만 돼 있었다.
그러나 중국법은 중재기관의 정식명칭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경우 조항 자체를 무효화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물론 중국도 1987년 해외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따르기로 한 뉴욕협약에 가입했고 과거에 비해 법체계가 국제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자국 우선주의가 존재한다. 중국 자문변호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조항 12조를 중국법으로 해석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며 한국 중재기관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고의로 접수(입건)를 회피하거나 접수 후에도 실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F사의 소송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판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사례이나 만약 중국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 준거법이 한국법이므로 소송에 필요한 일체의 자료에 대한 번역과 공증 비용을 F사가 지불해야 한다. 피해금액이 크지 않을 경우 변호사 비용과 소송 관련 부대비용을 산정해 보고 실익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계약서의 중재조항에 중재원의 정확한 명칭을 명시하지 않은 소소한 실수가 소송 발생시에 절차나 법집행 여부가 불투명해 질 수 있는 만큼,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면밀하게 검토하며 정확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김종규 KOTRA 무역투자상담센터 수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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