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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심장/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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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쓰레기봉투 속에 내 심장이 들어 있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서
 펄떡펄떡 뛰면서
 푸른 종량제 쓰레기봉투 속에 담겨
 내 심장이 울고 있다
 울지 말라고
 자꾸 울면 때린다고
 아버지처럼 눈을 부라려도
 내 심장이 아이처럼 웅크리며 운다
 어떤 때는 우는 아이 달래듯
 쓰레기봉투에서 내 심장을 꺼내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어
 십자고상 옆에 두기도 하지만
 며칠 뒤
 쓰레기를 버리러 집을 나가면
 쓰레기봉투 속에 내 심장이 들어 있다
 이제는 쓰레기가 된 내 심장
 내 사랑의 심장

 
■내 심장은 어디에 있는가? 안국역 6번 출구 계단참, 공손하게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걸인의 깡마른 두 손바닥 위에 있는가?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 1층, 금 간 유리창 사이로 애써 비집고 들어서려는 가난한 햇살 사이에 있는가? 오늘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을 팽목항, 나부끼는 샛노란 리본들 아래에 있는가? 어젯밤 분통을 터뜨리며 질겅질겅 씹던 돼지 껍질은 정녕 다만 돼지 껍질이었을 뿐인가? 도대체 내 심장은 어디에 있는가? 정말 저 쓰레기봉투 속에 있는가? 저 속에서 쓰레기가 되어 폐기 처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가? 내가 사랑한 것은 내 심장이 아니었다. 내 심장은 사랑을 동경했다. 내가 저버린 것은 그러니까 사랑이었다. 이 냉정하고 비참하고 참혹한 세계에 당장 필요한 것은 그래서 단언컨대 "사랑의 심장"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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