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이력추적제에 닭·계란 제외, 유통경로 추적 불가능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전국을 '피프로닐 공포'로 몰아넣은 살충제 계란 파동은 재래식 계란 유통 구조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합쳐진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시장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는 조소가 흘러 나온다.
16일 유통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계란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생산단계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단계를 관리한다.
현재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은 축산물 이력추적제가 시행돼 도축과정부터 유통까지 위생검사가 이뤄지고, 생산자와 유통과정이 모두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계란과 닭에 대해선 비용부담을 우려한 양계농가의 반대로 이력추적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유통계란 중 8%만이 등급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92%는 생산자와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없다.
국내에서 생사되는 계란의 65%는 계란 수집상을 거치며, 나머지는 대형마트나 식품업체가 농가로부터 직접 구매하거나 농협 등이 운영하는 집하장을 거쳐 유통된다. 소나 돼지 등은 도축장을 거쳐야 하지만 계란은 세척 외 별다른 전처리 없이 바로 소비되고, 다른 축산물처럼 한 곳에 모였다가 제품화돼 유통되는 방식이 아난 만큼 정부가 계란 수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올초 고병원성조류독감(AI) 확산 당시 계란가격 인상의 주범으로 이같은 유통구조에 따른 매점매석이 지목되기도 했다.
경기도에 있는 산란계 농장 살충제 성분 검출과 관련해 15일부터 전국 산란계 사육농장 계란 반출이 금지되자 경남 양산시 한 농장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공무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같은 불투명한 유통구조는 살충제 계란 파동과 같이 일부 농가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체 계란에 대한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들이 계란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뒤늦게 유통중인 계란에 대해서도 위생검사에 나섰지만 전수조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식약처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개정, 계란의 검란선별포장 등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이 개정되면 현행 농장에서 마트 등으로 유통되기 전에 농장에서 식용란선별포장업에서 잔류물질 검사와 선별, 포장작업을 거친 뒤 마트 등으로 유통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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