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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조선미’와 ‘싱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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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광복 이후 처음 발간된 시집으로 정인보, 홍명희 등이 참여한 ‘해방기념시집’(중앙문화협회 편, 1945년 12월)이 꼽혀왔다. 하지만 해방 후 최초로 발간된 우리말 시집은 1945년 9월 발간된 이태환 시집 ‘조선미’이다. 이 시집은 책 표지에 저자명과 출판사명이 없고, 판권도 없어 한동안 수수께끼 시집으로 남아 있었다. 시인에 대한 정보는 더더욱 찾기가 어려웠다. ‘조선미’는 이태환 시인이 출간한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문학자로서 1945년부터 1964년까지 대학에 몸담으며 후학을 양성했고, 1974년 세상을 떠났다.
이 수수께끼 시집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971년 국립중앙도서관이 개최한 한국현대시집전시회 때다. 해방 후 최초로 나온 특이한 시집으로 소개되며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또한 허만하 시인은 ‘조그마한 지적 고고학-시집 조선미(朝鮮美)의 저자에 대하여>(1978)라는 글을 통해 이 시집의 저자가 이태환이며 그가 광복 전 한때 대구 계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했음을 밝혔다.
이태환 시인의 유족들이 회고하는 출간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시인은 1944년 겨울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다 광복을 맞고서야 풀려난다. 당시 일본 경찰들이 수시로 집을 찾아와 대부분의 원고는 소실되었지만, 출소 후 얼마 되지 않아 ‘조선미’ 원고를 맡고 있던 지인이 인쇄본을 싣고 집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이것이 시집 ‘조선미’ 탄생의 비화이다.
시집에는 우리 민족이 낳은 조형미를 주제로 한 시 46편과 옥중 경험을 담은 시 5편, 총 51편의 작품이 담겼다. 또한 시집의 끝부분에는 ‘뒷말’이 수록되었다. 백호도, 석굴암, 고려자기, 경회루, 비원 등의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을 다룬 시도 있지만, ‘석우(夕雨)’나 ‘명랑(明朗)’처럼 일상의 정경을 담은 정겨운 시도 있다. 부기로 실린 5편의 옥중시를 통해서는 일제의 강압에 항거했던 시인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뒷말’에서 “조선을 우려하는 학생 제군에게 힘이 될가 하여” 이 글을 보낸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과거에 있어서 왜정(倭政)을 가장 싫어했던 한 학생의 소리”이며 “그 지배와 협력을 피하고 더 좀 조선의 자연을 사랑하고 조선혼을 유지하여 보려는 뜻”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태환 지음/샘터사/1만2000원)

◆싱글맨=오래 함께한 연인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한 남자가 있다. 조지, 58세, 대학 교수. 그리고 언제나처럼 눈뜨고, 출근하고, 강의하고, 퇴근하는 그의 하루. 조지는 죽은 연인의 옛 여자를 병문안하고, 오랜 친구와 저녁을 먹고,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제자인 케니를 만나기도 한다. 겉으로는 아무 사건도, 아무 문제도 없는 하루이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상실과 부재의 감각은 매번 날카롭고 아프고 생소하다.
‘싱글 맨’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린다. 아무리 충만하고 아무리 반짝인대도, 어느 순간 고통은 피할 수 없고 언젠가 상실은 찾아온다. ‘싱글 맨’은 결국 누구나 발견하게 되는 이 삶의 빈자리들을 정제된 언어로 아름답고 통렬하게 비춘다. 어느새 인생을 채우곤 하는 슬픔, 분노, 상실의 고통을 평범하고 고단한 일상을 견뎌내는 조지의 내면을 통해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쓴 글 중 가장 사랑하는, 바라는 바 그대로 쓰인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혔고,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도 꼽혔다. 2009년 톰 포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및 『타임』 선정 ‘올해의 영화’ 등으로 호평받으면서 원작 소설 역시 재조명된 바 있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조동섭 옮김/창비/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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