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다자외교 데뷔무대인 독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통해 국제 사회에 문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각인시키기 위해 준비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수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뿐만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은 조기 귀국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쾨르버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 구축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은 2014년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일본의 난징(南京) 대학살을 비난하는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주요 정책 구상을 발표하는 장으로 활용돼 왔다. 문 대통령 또한 이 자리를 통해 대북 대화와 관련한 진전된 내용을 담을 계획이었다.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감에 따라 청와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 실장의 동선도 꼬이고 있다. 정 실장은 외교 경륜을 바탕으로 한미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같은 난제들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등 외교 관련 경험이 부족한 문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이번 독일 순방이 문 대통령의 다자외교 데뷔무대인 만큼 정 실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실장은 4박6일 동안의 독일 순방 일정을 마치지 않고 중도에 귀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 실장은 독일 순방 일정을 모두 마치기 전에 먼저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진행해야 하는 데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강행할 우려가 남아 있는 등 상황이 엄중한 만큼 국내에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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