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배'로 화장품·치약 미세플라스틱 대체한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우리나라 대표적인 과일인 배에 들어있는 단단한 세포를 활용해 화장품이나 치약에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28일 농촌진흥청은 배의 석세포 각질제거, 연마 등 효능을 입증해 가공소재로 우수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 석세포는 세포벽이 단단하게 굳어진 조직으로, 주로 배 껍질이나 중심부인 과심에 많이 있다.

농진청은 미세플라스틱 대체물질을 찾기 위해 배 석세포 추출물로 피부 각질제거 효능과 치약 연마효과를 실험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은 만들거나 수입할 수 없고 내년 7월부터 판매가 금지된다. 또 지난 5월23일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의 사용이 금지됐다.

농진청 실험결과 배 석세포 분말을 2~5% 첨가해 만든 피부 각질 제거제는 일반 세정크림보다 4.6배, 호두껍질 각질제거제보다 2.2배 높은 각질 제거 효과가 나타났다. 모공크기도 일반 크림보다 2.4배, 호두껍질보다 1.5배 작아졌다.

또 치약 연마효과 실험에서는 배 석세포 5% 첨가 치약은 일반 치약에 비해 2.4배, 프라그제거 치약에 비해 1.8배, 호두껍질 치약에 비해 1.6배 효과가 높았다.

현재 배 석세포를 활용한 각질제거용 화장품은 특허등록이 완료돼 기술이전이 진행중이며, 하반기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치약제는 새로운 원료 등록을 위한 안전성 시험을 내년 실시하고 제품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진청은 배의 단백질 분해효소를 추출, 천연연육제와 소화제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배 단백질 분해효소는 현재 쓰이는 천연연육제와 효능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장시간 처리해도 고기가 물러지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배 천연소화제는 기존 파파야 원료의 천연소화 보조제 보다 단백질 분해능력이 우수하고 상업용 소화제의 72~98% 수준에 달했다.

배를 활용한 연육제와 소화제는 지난 4월 특허 출원됐으며, 내년 상반기 기업에 기술이전을 통해 제품화할 예정이다.

조명래 농진청 원예작물부장은 "배의 이용방안과 소재화 연구를 통해 천연 가공품을 개발해 농가 소득증대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