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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몰 규제의 딜레마下]소비자 쏙 뺀 '골목상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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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3040 맞벌이 부부 주말 놀이터
복합쇼핑몰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
"외국에선 소비자 권익 침해法 낙선운동감"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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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맞벌이'인 김정현(33ㆍ여)씨는 대부분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다섯살된 아들을 데리고 서울 근교의 아웃렛이나 복합쇼핑몰로 향한다. 이들 쇼핑센터에는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방과 야외 놀이터, 분수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아들과 함께 온종일 그곳에서 보내면 주중에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못한 죄책감을 떨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생긴 아웃렛의 경우 제품 가격도 파격적으로 저렴한 데다 쇼핑몰에는 대형 마트도 있어 다음 주 가족들이 먹을 부식도 장만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김씨는 "아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멀리 데리고 나가지 못하는 데다 비 오는 주말에는 쇼핑몰에서 하루종일 풀어놓을 수 있어 아이나 저도 만족한다"면서 "그러나 아웃렛도 대형 마트처럼 주말 의무휴업을 도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처럼 주말에만 여유가 있는 맞벌이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하나인 복합쇼핑몰 출점 규제를 놓고 찬반 주장이 팽팽하다. 대형 복합쇼핑몰이나 백화점, 아웃렛 등 출점이 예정된 지역의 상인들은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고, 이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 추진에 앞장섰다. 2012년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로 깊은 트라우마를 가진 유통 대기업들은 숨죽인 채 새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논의의 중심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인'은 빠지고 '상인'만 있는 정책=2012년 대형 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매월 2회)과 영업시간 제한(오전 10시~오후 10시) 규제가 도입될 당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적극 찬성했다. 부(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기업의 이윤 독식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고 여야가 앞다퉈 '경제민주화'에 올인했다. '약자 보호'에 사회적 합의가 모아졌던 시기였다. 하지만 대형 마트 영업규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정책 목표대로 골목상권이 살아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소비자들은 불편을 체감하게 됐다. 하지만 '갑(甲)질'이 만연한 사회에서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20대 국회 들어선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법안이 빗발치고 있다. 저성장으로 백화점 성장이 둔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은 해외에서 성공한 복합쇼핑몰에 눈을 돌렸고, 매출에 타격을 입는 기존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한 탓이다. 골목상권 보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여권에서 다음 달 열릴 임시국회에서 당장 처리할 기세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지역 상인과 대기업이라는 '대중소 프레임'에 집착해 소비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골목상권의 주인은 상인이 아니라 소비자인데 더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전 유통학회장)는 "소비자는 전부 도외시되고 중소상인 가운데 몇개 업체만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전근대적"이라며 "유통규제는 대중소 프레임에서 소비자를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홍 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전원 교수)은 "골목상권의 주인은 국민인데 (유통 규제는) 상인이라는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이라며 "나라의 주인인 소비자 권익에 불편을 주는 것은 헌법 논리상 맞지 않아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소비자 권리 침해法=유통 영업규제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쇼핑천국으로 불렸던 홍콩의 IFC몰이나 뉴욕의 타임스퀘어 등의 세계 곳곳의 복합몰은 일찍부터 현지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에 복합몰은 국내뿐 아니라 일찍부터 글로벌 대세로 부상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매장을 규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 일요일 영업을 금지하는 법은 존재하지만 골목상권 보호가 아닌 유통기업에 종사하는 근로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 교수는 "선진국에선 이런 유통규제 법안을 만든 정치인들은 낙선하기 때문에 법 자체가 없다"면서 "소비자들을 강제로 유통매장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직접적인 불이익이므로 동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적합업종 지정은 공공복리이기 때문에 허용될 수 있지만 국민의 이용을 가로막는 것은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복합몰 규제의 딜레마下]소비자 쏙 뺀 '골목상권' 싸움 원본보기 아이콘

실제 소비자들도 대형 마트 의무휴업 폐지 여론이 높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2014년 실시한 대형 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보면 대형 마트 소비자의 61.5%는 영업규제의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소비자들이 피해를 감수해온 대형 마트 의무휴업도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E컨슈머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대형 마트와 백화점의 휴무일은 전통시장 방문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 단체가 지난해 9월29일부터 지난 9일까지 서울 광장시장과 서울 신원시장, 광주광역시 양동시장, 부산 남항시장, 청주 육거리시장 등 5개 전통시장을 주변 1㎞ 안팎에 대형마트ㆍ백화점이 있는지와 영업ㆍ휴일 사항을 중심으로 실제 방문자 수를 비교한 결과 백화점ㆍ대형 마트 주변의 전통시장 방문자는 백화점ㆍ대형 마트 휴무일보다는 영업일에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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