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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 '고은 시인' 퇴거놓고 딜레마빠진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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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 수원시가 삼고초려끝에 모셔온 고은(84) 시인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수원 상광교동 주민들이 시민의 공간인 광교산 자락에 무상으로 살고 있는 고은 시인은 떠나라며 최근 잇달아 집회를 열고 있어서다.

일단 난감한 쪽은 수원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염 시장은 수원을 인문학도시로 육성하겠다며 20여년 째 안성에 거주하던 고은 시인을 2013년8월 모셔왔다. 이어 고은 시인이 편하게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자락의 한 주택을 3억7000여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뒤 무상으로 제공했다. 리모델링 주택은 서재와 작업실, 침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265㎡ 규모다.

염 시장이 고은 시인을 모셔온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고은 시인이 수원에 올 경우 인문학 도시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고 광교산 일대가 또 하나의 명소가 될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설가 고(故) 박경리로 상징되는 강원도 원주나 '트위터 대통령' 작가 이외수의 강원도 화천은 이미 정치인을 비롯해 숱한 인사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외수씨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광교동 일부 주민들이 이 지역에 거주하는 고은 시인을 향해 떠나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일대 주민들은 지난 21일 장안구 상광교동에 사는 고은 시인의 집 근처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에서 "시민의 공간에 무상으로 거주하는 고은 시인은 당장 광교산을 떠나라"며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민들은 주택 개ㆍ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시를 쓰는 문인에게 (수원시가)조례까지 만들어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의도에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수원시가 주민 혈세로 주택 리모델링을 위해 9억5000만원을 들였고 최근 4년간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을 내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수원시가 주민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물리며 단속하면서 고은 시인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어 주민들은 분통이 터진다"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주는 특혜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앞으로 한 달간 광교산 곳곳에 고은 시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 관계자는 "상광교동 주민들이 수 십년 간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제대로 재산권 행사를 못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광교산 자락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고은 시인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등은 환경부, 국토부 등 정부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문제로 수원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수원시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보고 이날 시 환경국장이 직접 환경부를 방문,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한편, 고은 시인은 일부 시민들의 퇴거 요구를 접하고 이주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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