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언어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널리 쓰였던 '서여기인(書如其人)'에서 파생된 '언여기인(言如其人)'. 말은 곧 그 사람과 같다는 의미다.
대선 후보와 캠프의 주요 인사들의 했던 말을 두고 연일 설왕설래다.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운동 기간이 짧았고 그마저도 막바지인 탓에 공방도 치열하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상위에 오르내리는 키워드도 대부분 대선 후보의 말과 관련돼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몰이해로 보이지만 평소의 생각을 의심케 하는 치명적인 경우다. A후보의 이른바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논란이 그렇다. 이 발언에 보육 전쟁에 시달리는 젊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A후보 캠프는 일부 표현에 오해가 있었고 또 일부는 오보 때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오해 때문이었든 오보 때문이었든 A후보의 말은 본인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H후보의 세탁기 발언과 동성애 논쟁 그리고 언론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그의 세탁기 발언은 수많은 비판과 패러디를 낳았다. 동성애 논쟁은 말을 꺼낸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나갔고, 접근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다른 문제는 다 차지하더라도 그는 기본적으로 전체주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을 정도였으니.
물론 우리나라 정치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의 언행은 후보 때나 지금이나 입길에 오르고 있고, 알랭 쥐페 전 프랑스 총리는 이미 문을 닫은 주말 체인점을 두고 현재 노동시장 문제를 언급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 사람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정치인의 말은 매우 묵직하고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얼마나 중요하면 예부터 군주의 통치행위는 말에서 시작한다고 했을까. 그것은 동시에 효과적인 검증과 견제의 대상이다. 말은 말하는 자의 철학과 경험을 그리고 의지를 반영한다. 선택의 날이 멀지 않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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