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실적 악화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포스코( POSCO홀딩스 )와 현대차 주식은 쓸어담았다. 외국인들은 펀더멘털보다 저점 대비 얼마나 올랐는지를 따지는 매매 행태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013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9조원을 넘겼으며, 실적 발표 이후 지난달 26일 장중 200만원을 찍는 등 주가도 호조를 보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조5400억원으로 5분기만에 '1조 클럽'에 재가입했다.
앞으로도 IT 업종의 호황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6일 ‘IT-2017년에도 꽃길만 걷자’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서도 IT 대형업체의 수익성 개선세는 뚜렷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로 각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보면 적게는 220만원, 많게는 250만원에 이른다.
반면 외국인들이 순매수하고 있는 종목들은 그다지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다. 올해 외국인 순매수 1위는 포스코로 1만2483주, 3369억원 규모에 이른다.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200이 9만586주, 2460억원으로 2위이며 현대차가 1만2331주, 1838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포스코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718억원으로 시장기대치보다 30% 이상 낮았고, 현대차 역시 1조212억을 기록해 시장기대치를 28%가량 하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을 본격화하면 자동차와 철강 업종이 가장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짓누르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일반적인 산업 평가와 달리 주식을 사고 파는 패턴은 철저히 수익 실현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형주 위주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날(MSCI) 코리아지수를 추종해왔다”면서 “우리가 해외 펀드 투자를 할 때 특정 기업보다는 지수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 주가에 비해 충분히 차익을 실현한만큼 올랐다면 매도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2015년 8월 103만3000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한 이후 두 배가량 올랐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5월 3만원대 초반에서 5만4000원대로 치솟았다. 반면 포스코나 현대차는 주가만 놓고 보면 아직 상승 여력이 크다. 현대차의 경우 2013년 10월 26만9000원의 고점을 찍었으나 현재는 14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믿고 들어오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심스럽다”면서 "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외국인이 많이 사는 종목이라고 해서 유망하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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