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의 사장 승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성 사장은 현장을 중시하는 현대차그룹에서도 정평이 난 '현장통'이다. 1982년 입사 후 줄곧 화공사업부에서 근무한 그는 2005년 임원이 된 후에도 현장행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난 몸을 굴리는 게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는 지금도 매달 주요 발주 국가를 방문하고 있다. 성 사장은 최근에도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 오만, 러시아 등에서 신규 수주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계약건이 아니더라도 주요 발주처와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현지 플랜트 인프라를 직접 점검하는 등 시장 분석을 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였지 그가 사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데에는 그룹 내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01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3조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를 수주 한 것도 당시 현장을 지휘한 성 사장의 공이 컸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남서쪽으로 520㎞ 떨어진 칸딤 가스전 지역에서 2018년까지 연 81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는 공사로 설계, 구매, 시공(EPC)을 일괄수행하고 있다. 같은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과 천연가스 합성석유 플랜트 사업 등 총 5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도 앞서 성 사장이 수년간 중앙아시아를 방문하며 현장을 닦아온 결과였다. 성 사장은 당시 수주 후 현장 직원들에게 "이제야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오랜만에 안도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의 눈에 띈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성 사장의 해외 현장경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현대차그룹 건설사 현대엠코와 합병하며 외형을 키웠지만 최근 해외 매출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인사에서 또 다른 현장통인 김창학 화공수행사업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 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화공플랜트 전문가 출신을 최전방에 나란히 배치해 해외 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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