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는 권력자에 대한 일반적인 풍자에 대한 진전된 사회통념의 반영이며, 후자는 비아그라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박근혜라는 특정 인물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후자라는 특수한 조건이 없었다면 여성계의 비판이 보다 일반적인 지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혼외자녀를 둔 전직 대통령이나 사생활과 관련되어 루머가 있었던 어떤 정치인도 누드화로 공개적인 풍자대상이 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남성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내가 예술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누드화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 활동하는 작가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고. 여성 누드화가 많은 것이 여성의 몸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아름다움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은 아닐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이 남성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 또한 일종의 사회화의 결과일 수 있다. 여성의 누드가 아름다움과 전복의 도구라 하는 이도 있지만 남성의 누드도 아름다울 수 있고 모든 가식과 치장을 벗어버린 것이란 점에서 여성누드와는 또 다른 전복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문제가 된 작품은 박대통령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런 논거로 ‘더러운 잠’을 옹호하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다.
침몰한 세월호를 배경으로 침대에 누워 자는 대통령의 잠은 ‘더러운 잠’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사실 일반적으로 어떤 이도 이처럼 누드로 자지는 않는다. 머리를 했든 성형시술을 받았든 세월호와 같은 국가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허비했던 것을 더러운 잠이었다고 비판하고 싶다면 굳이 누드가 아니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더럽다는 말을 통해 작가는 세월호를 버린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 항간에 떠도는 대통령의 성적 문제에 관한 소문이나 추측을 작품화하고 싶었던 걸까? 작품 의도는 창작자만이 아는 것이니 내가 알 길이 없다.
끝으로 이번 사태를 성찰의 계기로 삼는 것을 넘어 해당의원 윤리위 회부까지 감행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문화예술정책을 펼지 몹시 우려되며, 별로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는 이가 저지른 비상식적인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 같은 여성으로서 참으로 씁쓸하고 아프다는 것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강민정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