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ㆍ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뇌물을 받은 사람'으로 정식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됐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와 관련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 이익공유 관계에 대해선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부분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 지갑을 쓰는, 사실상의 '경제공동체'임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 특검보는 다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박 대통령의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직 조사를 직접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식적으로 입건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특검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박 대통령 측에 대한 각종 금전지원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삼성은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한 직후 고위 임원회의를 소집해 승마협회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같은해 8월 최 씨의 독일 개인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220억원대 승마훈련 컨설팅 계약을 맺고 9~10월 모두 78억여원을 최 씨 회사에 직접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은 최 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800만원 상당을 특혜 지원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는 200억여원을 댔다.
국민연금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생략한 채 '삼성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것이 박 대통령 측과 삼성의 '뒷거래'에 해당하고, 이 부회장이 여기에 총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특검은 최근 직권을 남용해 국민연금에 '삼성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 등으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했는데, 문 전 장관은 구속 이후 특검 조사에서 '청와대의 지시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 부회장에 앞서 소환조사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진술과 이 부회장의 진술이 불일치하는 점을 다수 확인했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증거 인멸의 우려, 즉 구속의 사유가 발생한 지점이다.
특검이 지난 5일 장씨에게서 임의제출 받은 최순실씨의 '제2의 태블릿PC'에 담긴 최씨 측과 삼성의 금전거래 관련 이메일 등 자료 또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향후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이나 검찰의 수사가 어떤 형태로 이뤄질 지를 가늠하게 한다. 뇌물을 건넨 사람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또는 구속을 했는데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 건 앞뒤가 안 맞기 때문이다.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경제공동체'로 간주한다는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특검은 당초 지난 주말과 휴일 사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사안의 복잡성과 중대성을 감안해 이날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특검이 장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혐의 입증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여전히 법원이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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