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양미 출판사 '산처럼' 대표 인터뷰 "제대로된 역사청산 해야"
"친일부터 독재까지 제대로 청산되지 않고 곪아있던 적폐가 확 터져버린 거죠. 박정희의 개발독재 신화에 향수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어요. 박 대통령 역시 아버지 시대를 복원하는 데 집착하죠. 지금 그 신화가 붕괴되는 모습을 다들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상황을 보고 '혁명'이라고 하는데, 혁명은 변화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과정이라고 봅니다."
"조선시대 과거제를 다루는 책이라면, 현재의 관리 등용 시스템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야 하죠. 그런 문제의식이 없으면 저자에게 다시 써달라고도 하고요. 또 기존의 관점이나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원고여야 해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산처럼'의 책이 크든 작든 기여를 해야 하니까."
한국 사회가 새 출발하기 위해 되돌아봐야할 역사가 있다면 무엇일까. 윤 대표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근현대사를 들추어낸다. "지금의 촛불을 4.19나 6월 항쟁과 비교를 많이 한다. 하지만 4.19혁명 뒤에는 5.16 쿠데타가 뒤따랐고, 6월 항쟁 후에는 노태우 군부정권이 들어섰다"며 "성공이 아니라 실패한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윤 대표는 "정치인들과 달리 시민들의 의식은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그래서 2017년은 중요하다. '87년 체제'가 30년을 맞이한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새로운 시작과 퇴행의 갈림길이다. "1987년 항쟁 때 거리에 나왔던 친구가 자녀를 이끌고 광장에 나왔더군요. '내가 30년 만에 또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어요. 대통령 탄핵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그 이후 정치 체제가 어떻게 완비되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지켜보는 것이 시민 혁명의 완결입니다."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 묻자 윤 대표가 답했다. "우리가 지금 사는 삶이 역사를 사는 것이에요. 일상생활에서 항상 선택을 하는데, 그게 역사가 되는 거죠. 촛불을 들지, 친구들이랑 놀러갈지를 고민할 때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모든 학문의 귀결점이 역사입니다. 개인의 삶도 그렇고요."
'리셋'이란 주제에 맞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윤 대표는 지금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으로 사회학자 엄기호(44)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를, 우리 사회의 부패 세력들의 실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홍구(57) 성공회대 교수의 '대한민국사'를 권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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