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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세밑풍경] 이웃돕기 성금? 임원차 진풍경? 얼어붙은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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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시대 '빙하기 세밑경제'…임원車도 승진축하도 사라진 재계, 구심점을 잃었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해마다 연말에 이웃돕기 성금을 집행해왔는데 올해는 아직…."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그룹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誠金) 기부가 예년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이 겹치면서 기부 활동까지 발목이 잡힌 것이다. 지난 해와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세밑 풍경이다.
지난 해는 주요그룹이 초반부터 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주도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캠페인 행사 첫날인 지난해 11월23일 현대차가 250억원을 기부했고, 다음 날인 24일 LG가 120억원을 내놨다.

삼성은 지난해 12월10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윤주화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등이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직접 방문해 500억원의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했다. SK도 지난해 12월20일 이웃사랑 성금 120억원을 기탁했다.

삼성그룹·현대기아차그룹·SK그룹 사옥 전경(왼쪽부터)

삼성그룹·현대기아차그룹·SK그룹 사옥 전경(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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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13일 현재 4개 그룹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탁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올해 성금목표액은 3588억원이다.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를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현재 11도(모금액 394억원)에 불과하다.
기업, 단체, 일반인 등 사회 전체 모금액이 지난해 이맘때 삼성 기부금보다 적은 셈이다. A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성금 집행을 검토 중"이라며 "올해는 이런저런 이슈가 생기면서 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성금을 안 내지는 않겠지만 규모나 시기를 공격적으로 하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연말 그룹 인사에 동반되는 임원차들의 진풍경도 올해는 사라졌다. 예년 같으면 이 무렵 승진 임원들이 타는 차들이 그룹 사옥에 등장하곤 했다. 많은 차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은 임원 인사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하지만 인사가 늦어지면서 이같은 풍경도 자취를 감췄다.

그 바람에 현대차가 속앓이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며 연말 임원 인사에 따른 법인 차량 특수를 기대했다. 최대 수요처인 삼성그룹 인사를 겨냥해 신형 그랜저 패키지까지 마련했지만, 연말 인사가 미뤄지면서 법인 차량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하는 각종 시상식도 자취를 감췄다. 삼성은 12월 초에 열던 주요 행사인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식행사는 물론이고 연말 송년회와 각종 모임도 취소하거나 간소하게 치르고 있다.

위축된 재계의 연말 분위기는 새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병신년(丙申年)'인 올해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붉은 원숭이의 해'로 불렸는데 내년 '정유년(丁酉年)'도 또 다른 의미에서 해프닝을 낳고 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본명이 '정유연'이다. 그 바람에 C기업은 연초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활용해 마케팅과 홍보에 활용해왔던 새해 이벤트를 내년에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최순실 후폭풍으로 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제도적인 발전의 토대로 삼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겪었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연말 이웃돕기 부분도 기업, 단체, 개인에게 맡길 게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책임지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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