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9일 가결되면서 세종시 공무원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이날 오전부터 표결 결과를 예의주시해왔던 공무원들은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운영에 닥쳐올 변화를 우려하는 표정이다.
정국을 휩쓸었던 '최순실 게이트'는 이날 탄핵표결의 향방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만 촛불집회로 정국 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공직사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혼란이 정리됐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경제부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업무에서 실질적 변화는 없고 평소와 같지만 모두 긴장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과장급 이상은 비상대기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장소나 시간에 제한이 있는 대기령이라기보다 언제든 연락이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들은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때를 떠올리며 일부 업무에서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당시 탄핵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헌법재판소에서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표결에 대한 무게감은 크다.
사회부처 한 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유는 정치적인 이유가 강했고, 이번은 불법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여론의 방향도 크게 다르지만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아무래도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다보니 더 신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한 국장급 공무원은 "2004년에도 시끄럽긴 했지만 지금과는 좀 다른 게 국민 여론은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면서 "헌재가도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큰 불안감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지만 그때도 탄핵됐을 때 공무원들은 큰 동요 없이 하던 일했고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실장급 공무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당시를 돌이켜보면 들어온 지 얼마안된 사무관들의 충격이 컸던 기억이 있다"며 "가결과 부결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다들 생각이 있겠지만 탄핵 이야기를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