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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파란’이 낸 시집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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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토마토’와 ‘핑퐁핑퐁’

신문에는 마감 시간과 마감일이 따로 있다. 신문에 실리는 책 소개 기사는 대개 하루나 이틀 전에 마감한다. 출판사에서 공들여 만든 책이 마감일 이후에 오면, 대개 간직했다 다음 주 지면에 게재한다. 때로 기사가 밀려 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면에 게재할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이런 책은 매우 아깝다.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홍보가 되지 않아 아쉽겠지만 신문사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트를 수용하지 못하니 손해다. 그런 책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여기 모은다.

■샴토마토(김하늘 지음/파란/1만원)
‘샴토마토’는 연가(戀歌)다. 고통으로 얼룩진 연가다... 이제야 그러나 또한 다시 “사랑이 시작되고 있”는 시집이다.(출판사 책소개) 이 시의 언어들은 죽음의 기운을 끌어안고 삶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몸에서 몸으로, 마음에서 가닿지 않는 마음으로. 도발적이고 거칠고 매혹적인 언어들은 사실 아주 섬세하고 여린 시선에서 출발한 것. 조그만 생채기에도 우르르 무너지고 마는 여린 내면에서 일어나는 순수한 파동 같은 것. 그 열렬한 무늬야말로 사랑의 끝없는 지평을 무한 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시집을 펼치면 위태로운 사랑의 웅덩이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이영주) 폭력의 세계를 유비하는 가위와 칼, 가시로 자해를 감행하는 까닭에 언뜻 ‘나’의 욕망이 또 다른 폭력으로 기울어 감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 칼을 부러뜨릴 수도 누군가를 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저 그것을 “훔쳐” “내 이름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나’는 상처 입은 자가 쉽게 함몰될 수 있는 파괴의 욕망을 위반한다. 낙서-문신은 그 위반의 기록이다. 이견 없는 필사의 필사다. (전소영)
■핑퐁핑퐁(고찬규 지음/파란/1만원)
고찬규 시인의 품성과 삶이 그러하듯 단정한 시집이다. 즉 그 말은 어지럽지 않고, 그 표현은 적확하고, 그 이미지는 간명하고, 그 뜻은 명쾌하다 ... 수식과 비유에 기대지 않고 대상과 직통하는 시편들이다. 그러나 '핑퐁핑퐁'의 세계는 결코 간단치가 않다. 단지 만 십이 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라서가 아니다. '핑퐁핑퐁'의 세계는 일견 단아한 듯하지만, 그 행간엔 “보이긴 부끄럽고 그렇다고 숨겨 놓을 수도 없는”(작은 연가) 사람살이의 온갖 사연들로 가득하다. 그 사연들은 때론 처연하고 때론 적막하고 때론 서럽지만, 고찬규 시인은 그 특유의 직관과 언어에 대한 예리한 자의식과 풍요로운 유머로 한 편 한 편 “기적적으로 기적”을 일군다.(출판사 책소개) 시인은 ‘흑백논리’가 던지는 질문 앞에서 “나의 배경”과 “나의 선택”에 대해 자문한다. 그리고 힘겨운 어투로 “당신을 향해/간신히 벼리어지는/내 녹슨 언어”라고 덧붙인다. 시인의 고민은 ‘흑백논리’ 앞에서 ‘나의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놓여 있다. 시인은 더 나아가 나의 말이 “아슬아슬”하고, “녹슨” 상태가 아닐까라고 묻고 있다. 시인의 말은 ‘흑백논리’로 무장한 현실 속에서 늘 아슬아슬하고, 또한 녹이 슬었다. 시인은 이 “녹슨” 언어를 “간신히” 벼린다. 이 “간신히”라는 말 속에 그의 오랜 침묵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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