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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가 저항정신, 지금 위기 극복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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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된 과거' 심포지엄 참석, 독일 시네마테크 라이너 로터 원장
'바바라' 등 영화에 그려진 동독 소개 "일상까지 지배한 체제 영리하게 비판"

독일 시네마테크 라이너 로터 원장[사진=윤동주 기자]

독일 시네마테크 라이너 로터 원장[사진=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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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국내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공방으로 어수선하다. 현 정부가 일부 예술인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작성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공문을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보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원불가' 대상은 9473명. 세월호 관련 선언이나 문재인(63)·박원순(60) 등 정치인을 지지한 이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정부가 문화검열, 문화행정 파괴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블랙리스트를 통한 규제는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존재했다. 물론 구동독 시절의 이야기다. 지난 16일 한국을 찾은 독일의 언론학자 라이너 로터(59)는 1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주의통일당을 비판하는 예술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비우호적 인물로 분류해 공산당원 자격을 박탈했다"고 했다. 그는 "동독의 전체주의를 비판한 가수 겸 시인 볼프 비어만(80)에게 콘서트를 가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영화감독 프랑크 바이어도 '제이콥의 거짓말(1974년)'을 만든 뒤 한동안 텔레비전 프로그램만 만들어야 했다"고 했다.
열여섯 살에 스스로 동독으로 이주한 비어만은 1965년 첫 시집 '철사줄 하프'를 발표한 뒤 악보가 있는 시집 일곱 권을 냈다. 그는 1976년 동독 집권당을 비판하는 노래를 불러 추방당했다. 대표곡은 '정치적 사랑노래.' 사랑하는 남녀가 보트에 앉아 입을 맞추며 강물에 잠긴 하늘을 보는데, 서로를 비추는 하늘과 강물을 통해 찢어진 독일의 모습을 표현했다. 두 동강 난 나라에서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영화 '제이콥의 거짓말' 포스터

영화 '제이콥의 거짓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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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의 거짓말의 배경은 나치 점령하의 폴란드 유대인 게토지역이다. 라디오에서 소련군이 독일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우연히 엿들은 야곱(블라디미르 브로드스키)이 이를 사람들에게 전하며 희망을 싹틔운다. 활력을 되찾은 사람들을 보고 야곱은 계속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라디오를 소지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독일군에 체포되고, 모진 고문 끝에 사형을 당한다. 로터는 "암울한 현실을 예술에 그대로 반영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렵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이콥의 거짓말처럼 성서, 고전 등에서 소재를 발굴해 현실을 바라보게 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고 했다.

로터는 독일 시네마테크의 원장이다. 영화사와 동시대 문학을 주제로 한 저서를 다수 출간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19일에 열리는 국제심포지엄 '미래가 된 과거:누가 역사를 만드는가?'에서 영화에서 동독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강연한다. 그는 이를 잘 나타낸 영화로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56)의 '바바라(2012년)'를 꼽았다. 동독에 거주하는 여의사 바바라가 출국 신청서를 냈다는 이유로 시골의 작은 병원으로 좌천돼 정부의 감시와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바바라를 연기한 니나 호스(41)가 시종일관 냉담하고 무관심한 얼굴을 보여 국내에서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 '바바라' 스틸 컷

영화 '바바라'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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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는 "정부의 감시를 알고 있는 여자다. 주위의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처지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환자에게만 자신의 감정을 보이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아주 평범한 일상까지 지배한 동독 체제를 영리하게 비판했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런 영화들은 문화예술진흥정책을 운영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광화문에 100만 명이 운집할 만큼 활동적인 저항문화를 가진 한국의 예술가들은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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