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지사로 일한 6년의 기록…다양한 분야, 구체적 비전 제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정치인들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일단 자화자찬이 빠지면 안된다. 이명박(76)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원외교나 4대강 사업 등 재임시절의 '치적'에 대해 일관되게 자랑했듯이 말이다. 공은 부풀리고 과는 숨긴다. 잘못된 정책이나 실수를 허심탄회하게 고백하고 반성하는 책은 드물다. '폭로'도 빼먹을 수 없다. 최근에는 송민순(69)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한 내용을 담아 한바탕 논란이 됐다. 2012년 출간된 전여옥(58)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자서전 'i 전여옥'의 글도 새삼 화제가 됐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안희정(51) 충청남도지사도 책을 냈다. 제목은 '콜라보네이션(collabonation)'이다. 협력(collaboration)과 국가(nation)의 합성어로, 국민이 참여해 이끄는 더 좋은 민주주의 사회를 뜻한다고 했다. 2008년 '담금질', 2010년 '247명의 대통령', 2013년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에 이은 네 번째 책이다. '대권 잠룡 4인방(박원순 서울시장·남경필 제주지사·원희룡 제주지사)'으로 꼽히는 안 지사는 최근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지난 9월에는 "나는 뛰어넘을 것입니다. 동교동도 친노도 뛰어넘을 것입니다.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을 것입니다.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여년의 시간도 뛰어넘어 극복 할 것입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책은 그가 충청남도지사로 있었던 6년의 기록이자, 정부·외교·안보·환경·농업 등 각 분야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출사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화자찬이나 폭로의 내용은 찾기 힘들다. 수도권 규제 정책 무력화, 개성공단 폐쇄 등과 관련해 이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은 있다. "누구에게나 반응해주는 일, 아기에게 언제나 반응해주는 일, 현장/주민, 그 속에 답이 있다", "우리는 정말 가난할까? 물질이 가난한가, 정신이 가난한가.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등 직접 써내려간 수첩 속 메모에서는 다양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정치인이나 행정 관료로서의 안희정보다 인간 안희정의 모습을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모범답안을 보는 듯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역시 눈여겨보게 되는 부분은 대선과 관련한 내용이다. 안 지사가 출마하게 되면 결국 이 책에서 밝힌 비전이 대선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국가 지도자로서 내가 준비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는 안 지사는 다음과 같이 시대 교체를 제안한다. "통합과 공존, 조화의 철학이 담긴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꿈꾼다. 21세기 새로운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직업 정치인으로서 품은 시대적 소명이다. 그 꿈은 정권 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대교체로도 부족하다. 20세기를 뛰어넘는 시대의 교체여야 한다고 국민에게 제안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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