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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하인리히 법칙과 안전한 도로 만들기

최종수정 2020.02.01 21:27 기사입력 2016.10.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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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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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해가 한 번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재해가 29회 있었고, 재해는 피했더라도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했던 사건이 무려 300번이나 있었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이다. 1931년 미국의 한 보험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실제 발생한 사고들을 정밀 분석해 발간한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책에서 이 같은 법칙을 언급했다. 이 법칙과 이론은 산업안전 분야에서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광범위한 사회 및 경제 현상, 그리고 개인의 일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형 사고는 결코 우연히 발생하지 않고,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사소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향후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보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사고라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생요인을 찾아 조치하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한 예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누출 사고의 경우 당시 1회의 대형 사고가 있기까지 사고 발생 위험을 경고하는 수많은 잠재적 요소와 경미한 사고들이 있었다. 1972년 미국 원자력위원회의 방사능 누출 위험 경고, 1986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경고, 2007년 원자력엔지니어링 회의의 쓰나미 경고 등이 있었고, 1998년 원전 내 차단기 화재, 2002년 원전 내부 고장 및 균열, 2007년 원자로 차단기 화재 등 수많은 경고와 경미한 사고 등이 있었으나, 도쿄전력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은폐해 대형 참사를 초래했다.

이를 교통사고에 적용해보면, 사망사고가 많은 지점은 그 이전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했던 곳인 경우가 많다. 이 의미를 미래로 확장해보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작은 사고가 빈번한 지점은 앞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교통사고 발생 원인을 찾아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2015년도 '전국 시·도 및 도로별 사고 잦은 곳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메가박스 씨티극장 앞 도로에서 발생한 28건의 교통사고 중 사망사고는 1건인 반면, 27건이 부상사고였다. 특별·광역시는 5건 이상, 기타 지역은 3건 이상 연간 인적 사고가 발생한 전국 8155곳도 6만905건 중 사망사고는 827건으로 인적피해 대다수가 부상사고였다.

정부는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등을 통해 사고가 빈번한 지점을 대상으로 도로구조 개선, 안전시설 설치 등 도로 안전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소규모 사고가 빈번한 구간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많다.

이는 정부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의 부족에 기인하는 점도 크다. 현재 도로안전사업은 경찰에 신고된 교통사고 통계를 활용하고 있으나, 이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경찰 신고 없이 보험사를 통해 사고 당사자 간에 처리하는 소규모 사고는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도로안전사업에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 중인 '교통사고통계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도 도로 교통사고 건수는 114만건에 4621명이 사망하고 181만 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가운데 경찰에 신고 된 사고는 전체 건수의 약 20%인 23만건, 부상자 수는 약 30%인 35만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고 되지 않은 더 많은 사고 통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80%의 경미한 사고정보를 기반으로 더욱 정교하게 안전한 도로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정보공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그 같은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보험사가 보유한 사고 정보를 활용해 도로 안전시설 개선 등을 추진하고 보험사는 고속도로와 국도 CCTV영상을 교통사고 원인 분석에 활용하기로 했다. 경미한 교통사고라도 정보로 잘만 활용하면 교통안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더 많은 보험사와 협력해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도로 만들기에 적극 노력할 것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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