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국은 경제성장이냐, 재정 건전성이냐,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다. 2017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400조원의 재정지출을 계획했는데 전년 대비 3.7%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4.1%를 밑도는 수준이다. 확장 정책이 아닌 긴축 정책에 가깝다. 경제회복보다는 재정 건전성에 초점을 둔 예산안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0.1%로 세계 주요국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OECD 회원국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치인 88.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경우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정책의 방향성에 큰 의문이 든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최선의 상태를 가정하고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전제하다보면 만약의 사태에 준비를 할 수 없다. 준비 없이 경제가 운영되다 보면, 갑작스런 하방 압력이 작용했을 때 대처할 수가 없다. 최선을 가정하다 보면 최악이 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요인들을 예의주시하고, 그로부터의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악을 가정하면 최선에 가깝게 갈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의 재정지출 계획에는 적어도 예상 가능한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반영되어야만 한다. 소극적 예산안은 불안요인들이 현실화했을 때 준비할 여력이 없게 만들고, 경제는 추경을 필요로 하게 된다. 현재 예상 가능한 경기 하방 압력들 중에는 산업의 구조조정,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있다. 다양한 예상 가능한 요인들에 대해 재정지출이 완충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하겠다. 예를 들어,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출되는 인력들에 대한 재취업 교육, 창업 지원 등의 미시적 정책이 요구되고 이에 대한 재정지출이 예산안에 포함돼야 하겠다.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 비관적 경제 전망과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둔 확장적 재정지출 계획이 필요하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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