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은 해외에서 이뤄지는 한국어, 역사, 문학 등 한국에 대한 전반적 연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해외 한국학이 오늘날처럼 자리 잡는 데는 1991년 말 출범한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초기 해외 한국학 지원은 한국학 교수직 설치, 한국학센터 운영, 장학지원 방식이었으며, 점차 방한연구 펠로십, 정책연구소 지원, 도서관 자료지원, 교재 개발로 이어졌다. 2000년대 한류 확산으로 크게 늘어난 한국학 강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진 연구자 육성사업을 추진하는데, 이즈음의 학생들이 이제는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시기 지원대상은 주요국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모든 지역으로 확산되고, 맞춤형 사업이 개발되어 현지어로 된 한국어 교재 개발, 한국어 교육자들을 위한 워크숍 개최로 발전된다. 한국학 교수직은 13국 119개인데, 처음부터 임시직 아닌 ‘종신교수 트랙(Tenure Track Professor)’을 지원함으로써 지원 종료 후에도 한국학 강의는 지속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교수직 설치가 어려운 대학에는 객원교수를 파견해 한국학을 정규과정에 포함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오늘날 한국관련 강좌 개설 대학은 99개국 1292개 대학으로 91년 32개국 151개 대학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짧은 기간에 해외 한국학은 이처럼 발전했지만 당면한 도전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일본과 중국은 최근 세계적으로 유수한 대학에 수백만 내지 수천만 달러를 지원하며 일본석좌 또는 중국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KF의 올해 한국학 사업예산 총액은 120억원에 미치지 못하며 2017년도 예산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름방학 동안 세계 각지에서 한국학에 헌신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많이 찾아왔다. '예산이 부족하다', '업무가 타 기관으로 이관됐다'는 궁색한 이유를 들면서, 사명감과 성취감만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 해외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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