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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입석 친구/김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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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이 없대요 실업자라 쥐뿔 바쁠 것도 없는데다 서서 한번 가 보자 싶은 맘에 입석을 끊었거등요 잠깐 엉덩이를 붙였다가 또 다른 자릴 두리번거려야 하는 자리야 머 바늘방석인 거고 뭐 차창 밖이야 캄캄 밤중이고 허옇게 뜬 채 따라오는 창에 비친 꺼칠한 놈 곧 울 거 같은 쌍판도 딱 보기 싫은 거요 여기 계단에 주저앉아 홍익회 손수레가 올 때마다 맥주 한 병씩…… 술로 버틸 작정이었는데 덜컹 덜커덩 흔들리며 혼자 마시는 술도 괜찮다 싶어 소주까지 따는 거라 이검다 슬슬 슬퍼지더라 이검다 어매 아배 당신들 간 날 어느 간 날에 부산서 서울까지 꼼짝없이 서서 오셨드라 이검다 사기를 당해도 그 개자식 멱살 한번 쥐고 흔들지 못하는 등신이 될 아들을 등에 업고 야반도주한 내외가 서울역에 내려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어쨌든지 우리 새끼는 고생시키지 말자고 이를 앙다물었을 거라 그 말임다 선술집 카바이드 불빛 아래서 앞이 캄캄했을 거라 그 말임다 그래 지금 내가 가슴이 하닥거리고 술이 고프고 주워 피울 만한 꽁초는 안 보이고 다리에 쥐까지 내린다 이검다 니미 씨버럴―

아하 우리 입석 친구 술 한잔 샀으니까 내 사업 아이템 공개하겠다 이검다
놀라지 마시고……
아 성인용품 마진이 말임다……
■예전엔 그랬다. 지금도 입석이 있긴 있지만, 꽤 오래전엔 아예 통째로 입석만 있던 기차도 있었다. 시인이 탄 기차는 아마도 좌석도 있고 입석도 있는 기차였나 보다. 무궁화호였던가? 여하튼 그런 기차를 타면 입석을 끊은 사람들은 차량과 차량 사이 그 좁디좁은 공간에 끼여 앉아 소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때로는 화투까지 치면서 긴긴 밤을 지새곤 했더랬다. 그러다 만난 사이인가 보다. 기차 계단에 둘이 앉아 "홍익회 손수레"가 오갈 때마다 맥주 한 병씩 홀짝, 그러다 소주까지 나눠 마셨나 보다. 그러면서 부모님 이야기, 사기당한 이야기, 그리고 또 살면서 억울하고 분했던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술잔 속에 담아 주거니 받거니 했나 보다. 아마 시인도 취기가 오르고 자기 얘기를 듬성듬성 하기 시작했을 거다. '저두 말임다', 그러면서. 바로 그때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아 성인용품 마진이 말임다……". 아뿔싸, 친구는 무슨! 잘못 걸렸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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