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증가한 독주 수요도 '한 몫'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난해부터 잇달아 가격이 인상된 소주가 오히려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일시적 매출 증가 효과와 더불어 불황의 영향으로 독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22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지난 17일까지 누적 소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6% 늘었다. 같은 기간 맥주 판매 증가율(19.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그 증가율이 작년말부터 이어진 주류 업계의 소주가격 인상폭(5% 내외)을 크게 웃돈다.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더 많은 양의 소주가 팔려나갔다는 얘기다.
소줏값 인상행렬은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가격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작년 11월30일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360㎖)의 출고가격을 병당 961.70원에서 5.2% 올린 1015.70원으로 인상했다.
이어 무학이 같은달 21일 '좋은데이'와 '화이트'의 가격을 각각 950원에서 1006.9원, 970원에서 1028.1원으로 올렸고 금복주도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비싸졌다.
대선주조는 다음날인 22일 '시원(C1)'과 '시원블루(C1 블루)'의 출고가를 각각 970원에서 1025원으로, 960원에서 1015원으로 올렸다. 롯데주류는 올해 1월4일 '부드러운 처음처럼’(17.5도)을 946원에서 1006.5원으로, 보해양조는 이달 '잎새주' 리뉴얼에 나서며 962.9원에서 1016.9원으로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과일맛 소주 신제품이 쏟아지며 올해 상반기 인기를 끈 영향도 있었지만, 상대적인 독주를 더 찾는 '불황'의 여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을 정점으로 과일맛 소주의 인기가 점점 꺾이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7월 최고 15%에 육발했던 과일맛 소주 매출 비중은 최근 한 자릿수로 꺾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대표적인 불황형 제품으로 꼽힌다"면서 "인상 초반에 주춤했던 매출도 금세 안정을 되찾으며, 소비자들도 가격 저항 시기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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