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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눈물에 무감각했던 정년 연장, 실업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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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의무화' 도입 과정서 신중한 검토·결정 없어
베이비부머 자녀들 청년으로 성장한 시기에 직격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60세 정년 의무화'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고려하지 않아 고용환경 악화를 초래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고령층이 청년의 일자리를 뺏을 가능성은 작다'는 정부 주장과 배치되는 분석이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겸임연구위원과 김순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세대간 상생을 위한 정책 거버넌스의 개선방향' 논문을 통해 "정년을 60세로 늘린 것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의 법제화 과정에서 그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될 청년세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사례"라며 "지금의 심각한 청년층 취업난이 상당 부분 정년 연장 때문인 것으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2013년 4월30일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이 해당 법 적용을 받게 됐다. 내년에는 국내 모든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논문은 "특정 정책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그 장·단기 영향이 다른 연령집단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년 연장의 경우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검토·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60세 정년 의무화 관련 논의는 2012년 7~8월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이 정년 연장을 기반으로 한 유사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두 번가량 협의를 거쳤고 구체적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경제계의 전문적 식견을 얻거나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듣는 등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논문은 전했다.
이 법안은 2013년 4월22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논의됐다. 도입 시기에 대한 여야간 이견이 있었고 전문가들도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지만, 법안심사소위는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특히 논문은 정년 연장 도입 시점의 적절성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청년을 비롯한 근로연령대 인구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정년 연장 법제화의 추진 이유인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노인빈곤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 급하게 도입되면서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된 올해부터 몇 년간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팽창이 자녀세대에 메아리처럼 반영된 이른바 에코(echo)세대가 청년으로 성장한 2014~2018년에는 20대 인구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가운데 노동시장에 나올 청년 인구가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암울한 상황이 닥쳐온 것이다. 논문은 "에코세대 신규 대졸자의 공급 증가가 2018년까지 이어지고 정년 연장의 혜택은 공공 부문과 대기업의 정규직에 집중될 것이므로 청년 선호 일자리의 구직 경쟁은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년 연장 법안의 시행 시기가 보다 신중하게 고려됐더라면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 국면에서 세대간 일자리 경합이 부각되며 갈등 프레임이 등장하는 일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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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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