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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만국의 청년들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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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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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로 시작되어 ‘만국의 프로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그 유명한 슬로건으로 끝을 맺는 공산당선언은 성경 다음으로 인류에게 읽힌 저작물이다.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 직전에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해 발표된 공산당선언은 1959년까지 무려 86개 국어로 출간되는 기록을 세운다. 그러나 이 선언은 1992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더불어 무대에서 소멸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본가가 사라진 사회주의 국가 소련은 그 이상과 달리 어처구니 없게도 노동자의 손에 의해 정권이 타도되었다. ‘노멘클라투라’로 불린 부패한 관료계급이 지배하던 당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우스개 소리가 유행하기도 했다.
문제: 20세기에 마르크스가 다시 태어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답: 만국의 노동자여 나를 용서하라.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가 거의 몰락하고 자본주의의 승리로 역사가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던 21세기에 다시 갈등과 대립의 전율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청년과 노인이라는 세대 간의 새로운 대립이다. 이 대립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다. 브렉시트의 영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그리고 장래에는 중국도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올해 2사분기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60세 이상 취업자수가 20대 취업자를 앞질렀다고 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노후를 위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취업자가 늘어난 반면 경기 둔화로 20대의 신규 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청년과 노인의 갈등은 직업뿐만이 아니다. 노인과 청년의 소유 자산 격차도 있다. 2014년 일본을 보면 60대의 금융자산은 2500만엔(한화 약 2억8000만원)으로 20대 380만엔(한화 약 4200만원)의 6.6배나 된다. 한국의 경우도 20대 세대의 저축액은 2300만원인 데 반해 50대 세대는 1억1000만원이다. 과거에는 연공서열적 임금구조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젊을 때의 임금을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해고와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하락한다. 그래서 세대간 부의 격차는 해소될 수 없는 ‘계급’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청년과 노인이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인 시절은 그다지 없었다. 청년과 노인이 공존하는 기간이 제한적이었다는 이유도 있다. 한림대 김용선 교수는 ‘고려금석문 연구’에서 상류층 묘지명 320개를 분석해 고려시대 귀족의 평균 수명을 39.7세, 고려 왕(34명)의 평균 수명을 42.3세로 제시했다. 조선의 왕들은 이보다는 오래 살았지만 47세에 불과했다고 한다. 일반 평민은 왕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살았기 때문에 대략 40세를 넘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15세에 결혼, 출산하고, 그 자녀가 다시 노동이 가능한 15세가 되면 당사자는 30세가 된다. 청년과 ‘노인(?)’이 경쟁하는 시간이 채 10년도 안 되는 것이다. 아니 농경사회는 한 사람이라도 더 투입해 산출을 늘려야 했기 때문에 경쟁은커녕 협동이 중요한사회였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거의 90세를 넘나드는 지금, 인류는 세대 간의 대립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조선시대 평균수명의 2배가 넘는 기간을, 더구나 한국의 경우에는 복지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60세가 되어도 은퇴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특히 지금 논의되고 있는 65세나 70세 정년 연장이 실현되면 세대간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것이다.

공산당 선언 후 150년이 지난 지금 마르크스가 다시 태어난다면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만국의 청년들이여, 단결하라”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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