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선거철 = 이사철' 이라는 웃지 못할 공식이 통하는 여의도 오피스텔은 4.13 총선이 끝나 썰물을 맞이하는 듯하다가 요즘 들어 때 이른 대선열기로 다시 달궈지고 있으니 기약 없이 여의도를 떠났다가 어떻게 다시 또 팀을 짜고 전열을 정비했는지 아무튼 일찌감치 사무실을 한 칸씩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분야를 정해 일종의 '공약 오디션'을 준비하는 중인데 과거 4대강도, 무상급식도, 그리고 다문화 가정 지원책 등도 이렇게 언더그라운드에서 탄생해 중앙무대에서 합격점을 받고 정식 데뷔한 대표작들이다. 국회 건너편의 음식점들이 성공한 이들 소수와의 인연을 홍보수단으로 쓰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정치 준비생들은 '누구누구의 단골집'이라는 곳에 모여 식사를 하며 정치에의 꿈을 키운다.
과거 이분법적인 가치도 빛을 잃고, 그 뒤 '정반합(正反合)'을 표방하는 헤겔의 변증법적인 논리도 여러 한계에 직면한 후 지금은 바야흐로 '다원론적'인 가치관이 인정받는 세상이다.하지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뒹구는 정치와 금전판에는 오로지 승자와 패자만이 있을 뿐이다. 한 풍수지리 전문가의 말로는 여의도는 항상 '쟁(爭)'과 '파(破)'가 끊임없이 생성될 수밖에 없는 지형이라고 한다. 이런 여의도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논하는 장이라는 곳이라는 건 요즘 말로 '웃픈' 현실이다.
정치와 금융은 현대국가의 근간이다. 자본주의의 3요소인 토지 ㆍ 노동 ㆍ 자본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불행한 일부 서민들을 위해 좀 덜 성공할 수밖에 없도록 반대편의 사람들도 제약을 받아야 하나. 아니면 여의도 오피스텔에서 한 쪽 창문은 국회를 바라보며 반대쪽 벽은 부자의 꿈으로 도배하는 이들을 모두 승자로 만들어 줄 묘책은 없을까. 이는 어쩌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승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함께 보람을 느끼고 패자는 웃으며 카운터로 향하는 과거 당구장의 정겨운 풍경을 여의도에 이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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