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화 되고 획일화된 공간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개성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에 방영된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가 상상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공감각’을 잘 표현해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냄새를 시각으로, 촉각을 맛으로 바꿔 설명하는 공감각은 과학자와 철학자, 예술가는 물론 대중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개성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공간에서 ‘공감각’이 강조되고 있다. 공간을 통해 청각, 총각, 시각 등 공감각적 요소를 강화하고, 예술 차원의 승화된 공간으로 만드는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러한 공감각 요소가 결집된 건물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판교를 꼽는다.
판교는 첨단 IT산업의 집결지로 첨단 아이디어를 요하는 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근무해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공간이 그 어디보다 필요로 한다.
판교의 업무 공간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디지털 전쟁의 전초기지이면서 직원들의 크리에이티브가 솟아 나오는 신화 속 ‘미미르(Mimir)의 샘’이라 할 수 있다.
판교에 있는 엔씨소프트 R&D센터는 설계에만 4년을 투자하는 등 공간 배치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거대한 N자를 연상시키는 이 건물은 약 8만 9,000㎡에 이르는 넓은 대지에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다.
안랩 사옥은 ‘어떻게 하면 회사가 내 집처럼 편안해질까?’에 집중해 설계됐다고 한다. 회사 사옥은 쇼룸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만큼 장시간 머물러도 피로하지 않은 공간으로 설계해 사무실 층고를 높이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해 밝은 컬러를 사용하는 등 ‘집’같은 공간을 조성했다.
판교의 업무 공간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 예술, 기술 등이 융합돼 신산업을 창출하는 창작 공간으로 진화해 거듭해 가고 있다.
피데스개발 R&D센터 김희정 소장은 “업무 목적에 따라 공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업무공간에 이어 주거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트렌드인 '스테이케이션(stay 와 vacation의 합성어로, 집이나 집근처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현상을 의미)' 또는 '홈스케이프(hom+escape 합성어로, 현실에서 탈출하여 안식처인 집으로 피신한다는 의미)' 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주거활동인 먹고 자고, 쉬는 기능을 넘어서 창조활동에 맞는 공감각을 최적으로 이끌어 내주는 공간설계가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대량공급시스템에 최적화되어있는 공동주택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가변벽체, 자녀방 컬러테라피 벽지색상 선택옵션 같은 사례는 소극적인 공감각 적용으로 볼 수 있다. 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하며 주거에도 입체적인 관점의 공감각 디자인의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곧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것을 알려주는 가치관의 결정판이라고 한다. 사무실로 옮겨간 공감각 요소는 이제 집으로 본격적으로 옮겨갈 것이다. 공감각 디자인의 최종 지향점이 바로 집이다.
이용수 기자 m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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