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는 360만분의 1도를 구분하는 극히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눈은 약 60분의 1도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위에 소개한 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형블랙홀에서는 카바 관측으로 4분의 1광년 거리를 구분하는 해상도의 천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한일 공동 연구진은 지난 10년간의 노력의 결실로 최근 다양한 초고해상도 우주전파 관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일 연구진이 이번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가 세계최고 수준의 연구시설을 만들어 보유하고 있어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던 연구 환경이 크게 작용하였다. 해외의 시설을 이용할 경우 겨우 수개월에 할 수 있었던 관측을 우리의 연구시설로 2주 간격으로 꾸준히 초고해상도 관측을 수행하여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초과학 연구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작게는 연구자의 지적 호기심 충족이고, 거창하게는 인류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초과학 연구 신청서에도 연구 활용 방안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적어낼 것을 요구받는 환경에서 '호기심 충족'이나 '인류 인식의 지평을 확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기초과학 연구자의 마음은 대부분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좋은 연구를 오랜 기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필자는 생각한다.
요즘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기초과학 연구자의 존재가 이 예측 할 수 없으나 파급효과가 큰 '경제적' 가능성으로만 인정받고 평가되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으며 문화적인 다양성과 포용성은 넓고 깊어진 한국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시선과 이해는 오히려 더 좁고 얕아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사회의 편향된 시선도 아쉽지만, 과학 하는 즐거움과 연구하는 재미를 알리는 데 소홀했던 우리 연구자들의 자세도 반성해야겠다. 혹시 우리 스스로 이미 그런 즐거움을 잊은 것은 아닌지.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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