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사이언스 포럼]과학기술의 진화에는 한계가 없다

최종수정 2016.03.16 11:02 기사입력 2016.03.16 11:02

댓글쓰기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지난 2월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100년 전에 예측한 중력파를 처음으로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중력파 검출의 역사적인 의미도 크지만, 초속 30만km 속도의 빛이 1년 동안 달리는 거리에서 머리카락 하나 두께만큼의 길이 변화를 감지해낸 기술도 정말 대단한 것이다. 여기에 사용된 기기는 레이저 간섭계이다.

앨버트 마이컬슨과 에드워드 몰리는 1887년 지구의 공전 방향에 따라 빛의 속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측정하기 위해서 간섭계를 사용하였다. 우주에 가득 차 있으면서 빛의 매질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던 에테르라는 물질의 존재여부와 그 성질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어떤 경우에도 빛의 속도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실험의 결과는 빛의 속도가 언제나 일정하다는 가정에 기반 하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이어졌고, 마이컬슨은 이 실패한 실험으로 1907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물리학의 중요한 사실과 법칙은 모두 발견되어 확고한 진리로 자리를 잡았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작은' 사실들은 빛의 성질과 원자의 내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바로 이 두 가지에 대한 연구에서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지식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19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는 "과학자들은 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결코 알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지금은 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진화하여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 지까지 알고 있다. 이론의 발달과 함께 망원경을 통해 별에서 오는 빛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루어진 일이다.

우주를 탐구하는 망원경은 천체에서 오는 약한 빛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빛을 모으는 거울이 클수록 더 좋지만(현재의 대형 망원경은 렌즈가 아니라 거울을 사용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상에 설치할 수 있는 망원경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거울을 크게 만드는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빛이 퍼지기 때문에 아무리 큰 거울이 있어도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레이저를 이용하여 대기의 움직임을 관측한 다음 이를 보정하는 '적응 광학'이라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이런 한계도 극복되었다.
현대 과학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우주가 언제 태어났는지 까지도 알아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140억년 정도였던 우주의 나이는 얼마 전 137억년에서 다시 138억년으로 정교화 되었다. 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현대의 과학이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과학 이론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적어도 얼마 동안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던 바둑에서 알파고가 바둑의 최고수 이세돌을 이긴 것은 분명 큰 충격이다. 하지만 바둑도 경우의 수가 많긴 하지만 계산이 가능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언젠가는 인공 지능이 인간을 이길 것이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바둑에서 인공지능의 승리는 아마도 과학기술의 진화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맞서는 힘을 보여주고, 그런 모습에 감동을 받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인간만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