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주주 중시'라고 할 수 있다. 주요 기업들은 배당을 늘리고 이사회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등 주주권한을 대폭 확대한다.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가 2002년 2월 이후 14년 만에 정관개정에 나서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라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고칠 계획이다.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도 같은 내용의 안건을 올렸다. 정관이 바뀐다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이사회 독립성이 대폭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자는 또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 한도를 줄이고 분기배당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모두 배당금액을 높이고 롯데제과는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액면을 분할한다. 현금배당을 하고 배당액을 늘리는 기업의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
저성장 기조 본격화로 성장세가 주춤해진 상황이라 배당 등으로만 주주를 달래야 하는 대기업의 복잡한 심경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올해 주총에서 신사업 진출 계획을 낸 대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과 드론, 스마트카, 우주선 등 미래 신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달라서 더 그렇다. 대기업이 장기 비전 없이 신사업 투자를 줄인다면 스스로 경쟁력을 훼손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막을 화근(火根)이 될 것임을 각별히 새기길 바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