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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심신미약?…박춘풍 '무기징역'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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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심신미약?…박춘풍 '무기징역'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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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인가, 아니면 '심신미약'으로 변별력을 잃은 사람인가.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고인 박춘풍씨(55ㆍ중국 국적) 항소심 재판에서 양형을 결정할 재판부(서울고법 형사5부ㆍ김상준 부장판사)가 고민한 사안이다.

강력ㆍ흉악범죄 피고인 입장에선 사이코패스로 판명될 경우 양형에 불리한 게 보통이고,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인정받으면 유리한 경우가 많다. 1심 재판부는 박씨를 사이코패스로 간주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씨 변호인은 박씨가 심신미약이었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그가 사이코패스인지를 정확히 가리기 위해 뇌영상 분석을 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구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이 처음으로 살인 피고인의 뇌를 촬영해 양형 참고자료로 삼게 된 배경이다.
1심 선고 뒤 검찰과 박씨가 각각 "형량이 너무 낮다",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며 항소한 터라 관심은 더 높아졌다. 검찰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사형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29일 선고공판에서 내린 판단은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이었다. 박씨를 사이코패스로 단정하지 않고, 심신미약이었다는 주장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사이코패스와 심신미약의 '중간지점'에서 결론을 찾은 셈이다.

박씨는 항소심 재판 전에 이미 사이코패스 심리검사(PCL-R)를 받았다. 우리 법무부는 이 검사에서 총점 25점 이상 받은 사람을 '고위험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박씨는 여기서 16.8점을 받았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소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며 "중간 정도의 위험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뇌영상 촬영과 감정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연구소 김지은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양측 전두엽 및 우측 측두첨 부위의 과거 뇌좌상 및 출혈' 등의 소견을 바탕으로 "모든 기준에서 약간의 증상을 갖고 있다"고 감정했다.

김 교수는 또 '사이코패스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기질적 인격 장애 진단이 가능하고, 앞으로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김 교수는 아울러 박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심신미약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박씨와 변호인의 주장과 배치되는 의견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뇌영상 감정 결과를 "의미 있게 고려했다"면서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모종의 인격 장애와 뇌 손상이 잔인하고 엽기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시에 박씨 범행의 '우발성'을 일부 인정 했고, "교화ㆍ개선의 여지가 일말이나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사형을 선고하는 건 지나치지만 무기징역이 결코 무겁지는 않다는 결론이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 매교동 자택에서 동거녀였던 A씨(당시 48세ㆍ중국 동포)를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수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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