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까지 쟁점법안 합의 처리 약속을 또 어기면서 '거짓말 불감증'에 빠진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고비 때마다 어렵게 도출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깨고 네 탓 공방을 벌인 뒤 다시 협상에 들어가는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이어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한 6개 법안은 본회의는커녕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남은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국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10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했고, 오는 15, 22, 29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불참 의사를 밝혔고 내년 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대거 지역구 관리에 나서면서 국회 문만 열어둔 채 파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은 몇 번의 거짓말로 신뢰를 잃었다. 여야의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결국 정치인을 향한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은 신뢰상실로 이어진다. 결과는 정치불신이고 국회의원 무용론이 될 것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