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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YS 영면 직전에 쓴 글씨 '통합'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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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투쟁에서 나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썼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싸웠다고도 했다. 그만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은 치열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정치적 고비마다 정면승부를 펼쳐온 그에게 사람들은 '승부사'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가 영면에 앞서 마지막으로 아들 현철(한양대 특임교수)씨에게 남긴 글과 말은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이었다.

현철씨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대화에서 "지난해 입원했을 때 말씀을 잘 못했는데 필담으로 통합과 화합을 쓰셨다. 무슨 의미냐고 묻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하시곤 다른 말씀을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대화는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그의 유언이었던 셈이다. 그의 정치역정과 마지막 메시지는 언뜻 역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투쟁을 통해 갈등과 분열이 아닌 통합과 화합을 추진한 대통령이었다.
그의 민주화 투쟁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1979년 YH여성 노동자의 야당사 농성 사태이다. 직장을 잃은 YH여성 노동자들이 신민당 당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자 경찰의 강제진압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반발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미 카터 정부는 박정희 정권 지지를 철회하라"며 한국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여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원직 박탈을 의결하자 그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말을 남긴다. 그의 의원직 제명은 부마항쟁을 촉발해 결국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10ㆍ26 사태로 이어졌다. 그의 투쟁은 온 국민과 정부의 화합을 위한 것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정적의 관계를 이어갔다. 40년간 민주화 투쟁을 함께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서로가 최대의 라이벌이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대권 경쟁 속에 1990년 집권을 위한 3당 합당으로 2년 뒤 군부독재에 마침표를 찍는 문민 대통령에 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비난을 일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네로와 같은 폭군'이라 칭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는 "노벨상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마치고 나오며 그와 화해했다고 말했다.

평생을 '투쟁의 정치'로 살아온 김영삼 전 대통령이 통합과 화합을 강조한 것은 우리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야는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노동개혁 5법, 선거구 획정 등을 놓고 서로 비난하기에 바빴다. 거기다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 각자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 싸움에 한창이었다. 우리 정치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충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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