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DB형이나 DC형 중 어느 한쪽이 절대 유리하거나, DB형이 안전한 것도 DC형이 위험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DB형과 DC형을 합치면 어떨까.
CB형 퇴직연금 제도는 각 근로자들에게 가상의 계좌를 설정해 매년 연봉에 따른 급여부담액을 적립해주고, 적립금에 대해 일정한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수익을 더해 준다.
이 제도는 기업이 연금자산을 일괄적으로 운용하고, 근로자 퇴직 시 일정한 연금을 지급하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DB형 퇴직연금 제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매년 근로자별로 가상의 계좌를 설정하고 정해진 급여부담액과 이자수익 등 사업주 기여분을 적립해 준다는 측면에서 DC형 퇴직연금 제도와 유사한 점이 있다.
1985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의해 처음 도입된 미국의 CB형 퇴직연금 제도는 2013년 기준 전체 DB형 퇴직연금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2002년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CB형 제도로의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다.
CB형 퇴직연금 제도는 기업의 퇴직연금 부채를 줄여 기업의 부담을 절감시켜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근로자의 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근로자 입장에서 DC형 퇴직연금 제도에 따르는 직접 투자운용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게 돼 투자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며, 총 연금의 지급액을 기업으로부터 보증받기 때문에 은퇴 후 연금자산이 줄어들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평균 근속년수가 짧고 이직이 많은 근로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게 되면 퇴직시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연금 수준이 결정되는 DB형 제도보다 근로자들에게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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